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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WiFi카페] 먹방이 바꾼 치킨·피자…"튀어야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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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호기심 자극하기 위한 이색 메뉴 선봬

주머니 사정 넉넉지 못한 중견·중소업체 중심 '활발'

협찬방송과 순수 리뷰 방송 간 구분 필요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호기심을 자극해 자연스러운 입소문이 나도록 하라.’

유튜브의 대중화, 먹방의 발달은 식품업계 광고·마케팅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TV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광고 영상을 전달하기보다, 사용자 스스로가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입소문이 나도록 하는 식입니다. 바이럴(입소문)만 잘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알릴 수 있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라면은 매운맛이 특징인 덕분에 여러 화제를 낳았습니다. 매운맛 좋아하는 한국인도 도전하게끔 만드는 라면이었죠. 불닭볶음면을 먹은 외국인들의 반응도 콘텐츠가 됐습니다. 불닭볶음면은 단일 라면 브랜드로는 어느새 국내 최대 수출 라면이 됐습니다.

외식 업계도 이런 바이럴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상반된 재료를 쓴 음식 메뉴를 개발하거나 극단적으로 맵거나 짠 음식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식입니다. 특히나 대중적인 메뉴인 치킨과 피자 업계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마케팅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중견·중소기업일수록 이런 마케팅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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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카나 누꼬진짬뽕 리뷰 영상 채널 모음 캡처


그래서 몇 개 업체를 추려봤습니다. 홍보 업계에서 회자되는 기업들입니다. 저랑 해당 기업 내부 마케팅 담당자들과는 일면식이 없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1982년 문을 연 국내 원조급 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는 진한 해물맛 소스를 치킨과 어울리도록 한 ‘누꼬진짬뽕’을 선보였습니다. 치킨과 함께 진한 국물의 짬뽕을 같이 먹는 메뉴입니다.

참고로 페리카나는 치킨 CF 원조 기업이기도 합니다. 개그맨 최양락 씨가 광고하던 1980년대 후반에는 꽤 인기를 끌었죠. 1990년대 비슷비슷한 업체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2000년대 들어 고만고만한 치킨 프랜차이즈로 가라앉았고요.

누꼬진짬뽕은 짬뽕을 치킨과 함께 먹는다는 콘셉트입니다. 몇몇 먹방 유튜버가 소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치킨과 짬뽕의 부조화 때문일까요, 호평과 혹평이 오가고 있습니다. 모든 조합이 환영받는 것은 아니죠.

치킨에 과자를 얹어 먹는 제품도 나왔습니다. 치킨에 붙는 땅콩 부스러기처럼 과자 토핑이 올라간 제품입니다. 맘스터치가 만든 ‘매콤소이팝’입니다. 과자 제조업체 오리온과 함께 ‘치킨팝 땡초찜닭맛’ 과자가 토핑처럼 올라가 있습니다. 누꼬진짬뽕보다는 긍정적인 의견은 많아 보입니다.

김치와 치킨을 조합한 치킨도 있습니다. 멕시카나치킨인데요, 멕시카나도 지금은 중견 기업 정도지만, 1990년대 국내 치킨 업계를 풍미했습니다. 선두 업체들과 비교해 대규모 마케팅을 한다거나 TV CF를 하기에는 무리죠.

멕시카나치킨은 김치를 조합했습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집’과 협업해 김치를 소스로 한 ‘미스터 김치킨’을 출시했습니다. 후라이드 치킨에 볶음 김치 맛을 양념으로 해서 새콤달콤한 맛을 냈습니다. 멕시카나는 앞서 언급한 페리카나와 맘스터치보다는 비용을 더 들인듯 합니다. 유명 먹방 유튜버 ‘밴쯔’를 섭외해 리뷰 영상을 제작한 덕분이죠. 비용대비 효과는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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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킨 등 멕시카나 치킨 메뉴를 리뷰하는 먹방 유튜버 벤쯔 (유튜브 캡처)


불닭 소스를 입힌 피자도 나왔습니다. 불닭볶음면의 유명세가 피자로까지 확장된 셈입니다. 파파존스의 붉닭 피자는 ‘불닭 핫 치킨 바베큐’와 ‘붉닭 크림치즈 소스’ 2종으로 구성됐습니다. 파파존스 전 제품을 통틀어 가장 매운 맛입니다. 시즌 한정 메뉴로 출시됐던 불닭피자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정식 메뉴가 됐습니다.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마루는 피자와 떡볶이를 같이 먹는 메뉴를 출시했습니다. 피자 위에 떡볶이를 부어 먹거나, 피자를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는 식입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음식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큰 비용을 광고와 홍보에 들이기에는 망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면도 크고요.

그래서 이들 업체들이 선택한 게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이고 바이럴입니다. 다만 반짝 이슈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소비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게 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먹으면서 재미있게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주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먹방은 비용을 이유로 TV나 신문 등 전통 매체에서 소외됐던 중견·중소 식품기업들 입장에서 마케팅의 장이 됩니다. 주시청자들이 먹을 것에 관심 많은 젊은 층들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먹방에 있어 광고·협찬을 받고 찍는 영상인지, 순수 리뷰 영상인지는 구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순수하게 리뷰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먹방 콘텐츠가 빛을 발할 수 있겠죠. 그 순수성이 신뢰를 얻을 때 콘텐츠는 지속력을 갖게 됩니다.

지금의 먹방이 제품 알리기에는 좋아 보입니다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만큼의 노력이 전제돼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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