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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주태산 서평] “지금도 여전히 ‘석유時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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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최지웅 지음, 부키 펴냄.

석유는 단순한 연료나 원료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기본 구조와 국제 정치의 양상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이다. 세계의 욕망이 집중되는 이해관계의 근원적 요소로서 수많은 전쟁과 테러, 정치ㆍ경제적 사건들의 주된 원인이다.

이 책은 석유가 현대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라는 관점에서 역사 속 장면 33가지를 골라 보여준다. 석유가 강력하게 영향을 미쳤던 현대사적 사례들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패권 전략, 석유 생산ㆍ유통 발전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 에너지안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들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금이 ‘석유의 시대’라는 명백한 사실을 보지 못한다면 시대를 잘못 읽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현대 전쟁과 분쟁, 정치와 경제의 흐름에는 항상 석유가 있으며, 미래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석유의 용도=279만 3000배럴. 2016년 기준 한국에서 하루 평균 소비된 석유의 양이다. 전 세계 소비량의 2.8%이며 세계 8위다. 석유는 32.6%가 운송에 사용되고, 52.8% 플라스틱, 고무, 화학섬유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쓰인다.

석유의 중요성=4차례의 중동 전쟁, 일본의 진주만 공습, 9ㆍ11 테러,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현대사의 수많은 전쟁과 테러가 석유 때문에 벌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하여 유럽연합을 설립하고, 1970년대 친미 이란정부가 반미로 돌아서고, 1973년 서유럽,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친아랍 성명을 낸 것도 석유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이 세계화와 금융화를 추진하고, 2003년 블레어가 ‘부시의 푸들’이라 불리면서까지 미국의 이라크전을 도왔던 배경에도 석유가 있었다.

테헤란로 유래=1970년대 한국은 석유공급원인 중동 국가와의 외교 관계 개선에 힘썼다. 1977년 서울시는 이란의 테헤란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서울시는 지금의 역삼, 선릉, 삼성역 등이 위치한 도로를 ‘테헤란로’로 명명했고, 테헤란시는 간선도로 한 곳을 ‘서울로’로 명명했다. 1979년에는 사우디 내무성 장관 나이프를 국빈 초청했다. 한국정부의 환대에 감동한 나이프 장관은 안정적 석유 공급과 사우디 한국 근로자의 복지를 약속했고, 귀국길에 눈물까지 보였다.

마셜 플랜=미국은 2차대전 후 유럽부흥계획(ERP)을 수립해 서유럽 16개국을 지원했다. 일명 마셜 플랜이다. 마셜 플랜의 의도는 서유럽의 주요 에너지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미국의 원조 자금은 정유 공장 건설과 산업용 석유 보일러 설치 등에 집중 투입되었다. 자금의 10% 이상이 석유 조달에 사용됐다. 주로 미국 기업으로부터 석유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노엄 촘스키는 “미국의 이러한 노력은 세계 지배를 위함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은 세계의 주요 에너지원을 석유로 바꾼 후, 석유를 지배하는 전략을 취하여 동맹국을 통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중동 석유를 장악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수송로의 통과를 보장함으로써 동맹국의 충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주태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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