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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지 마세요"… 촬영 제한하는 노포토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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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A서점. 서점과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곳은 가수 아이유가 앨범 자킷을 촬영해 유명해진 곳이다. 그런데 이곳의 입구에는 ‘폰 카메라 촬영만 허용합니다. 상용업 촬영 절대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서점 관계자는 “상업용 사진을 촬영하려는 목적으로 서점을 찾아와 다른 손님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생겨 안내문을 붙였다”며 “스마트폰으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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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A서점은 입구에 ‘상용업 촬영 절대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 서점이나 카페를 중심으로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노포토존’(No Photozone)이 생겨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릴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에 올리려는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 초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장소서 찍은 사진, 초상권 문제 될 수도

서울 종로구 북촌의 B카페는 최근 ‘노포토존’을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독특한 한옥 구조가 인상적인 이곳은 이른바 ‘인스타 포토스팟’(Instar Photospot)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하지만 카페가 사진 찍는 장소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곳에서 상업적 목적의 사진촬영을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손님들의 불편이 커지자 카페 측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A서점 관계자도 “사전에 허락 없이 사진을 찍고 상업적으로 이용한 경우도 있다”며 “쇼핑몰에 올릴 목적으로 갈아입을 옷을 가져와 촬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간혹 손님들 중에 사진을 왜 못 찍게 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며 “손님이나 직원 모두 스트레스가 심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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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서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일부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해 노포토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장인 공모(29·여)씨는 “카페에서 테블릿으로 영화를 보다 뒷자리에서 영상을 찍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혹시나 얼굴이 나온 장면이 있으면 편집해달라고 했더니 ‘왜 유난 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박모(31)씨도 “공공장소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사람을 보면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촬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공장소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SNS 등에 올릴 경우 초상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법상 초상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으나, 타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촬영하거나 동의 범위를 넘어 이용할 경우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다만 초상권 침해가 성립되려면 사진이나 영상 속 인물이 식별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 유튜브 등의 인터넷방송 사업자에 대한 심의가 이뤄진 건은 2017년 48건, 2018년 28건, 올해(5월 기준) 20건이었다. 이 중 시정요구가 이뤄진 것은 각각 36건, 6건, 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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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초상권 엄격, 국내도 사회적 논의 시작돼야

공공장소에서의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대한 불편이나 초상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초상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의 경우 초상권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이나 인식이 우리보다 엄격한 편이다.

일례로 캐나다에서는 2016년 대런 랜달(당시 13세)군이 ‘부모가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10년 넘게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35만 캐나다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부모가 자신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하면서다.

베트남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는 것을 처벌하는 내용의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부모들 중 56%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글·사진=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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