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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울서 17년 만에 공립특수학교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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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나래학교’ 9월 개교 / 민원 딛고 2년10개월 만에 결실 / 지체장애학생 66명 감격의 등교 / 2012년부터 추진 중랑 ‘동진학교’ / 엄마들 ‘무릎 호소’ 강서 ‘서진학교’ / 갈등 지속 개교날짜 계속 미뤄져

세계일보

나래학교 조감도. 연합뉴스


공립 장애인 특수학교인 ‘나래학교’가 다음달 1일 서울 서초구에 개교한다. 서울 안에 공립특수학교가 문을 여는 것은 17년 만이다. 그러나 강서구 ‘서진학교’, 중랑구 ‘동진학교’ 등 설립을 추진 중인 일부 특수학교는 주민 민원, 관할 구청의 반대 등에 부딪혀 개교가 미뤄지고 있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나래학교는 설립계획 행정예고가 이뤄진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오는 9월1일은 일요일이므로, 학생들의 실제 등교는 2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2002년 3월 종로구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후 17년 6개월 만에 생기는 서울 내 공립특수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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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학교에는 지체장애학생 66명이 재학 예정이며,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일주일에 2번 교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수업하는 방식인 순회학급을 포함해 총 27학급이 운영된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과정 졸업 후에 다니는 직업교육 과정인 전공과를 포함하면 35학급까지 운영할 수 있어 향후 학생은 지금의 2배 이상인 약 140명이 될 전망이다.

나래학교는 다른 특수학교에 비해 비교적 일찍 문을 열게 됐다. 주변 거주민이 비교적 적어 학교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근 염곡마을 주민들이 학교설립 반대급부로 마을을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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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3월 5일 오후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공립특수학교 '나래학교' 설립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주거지역이 되면 건물 층수 제한이 ‘2층 이하’에서 ‘4층 이하’로 완화된다.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신 마을에 북카페를 지어주기로 하고 서울시·서초구청과 협의 중이다. 나래학교와 달리 다른 공립특수학교들은 개교 일정이 계속 미뤄지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래학교와 함께 9월 개교 예정이었던 서진학교는 개교일이 내년 3월로 연기됐다. 당초 올해 3월 개교 예정이었지만 내진보강설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9월로 미뤄졌고, 이후 공사가 지연되면서 11월로 한 차례 연기된 뒤 민원이 반복 제기되면서 완공이 늦어졌다. 장애학생 부모들도 개교 연기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진학교 설립 결정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3년 11월 설립 추진 계획 발표 이후 2016년 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쳤지만, 주민 반대로 지난해 8월에서야 착공했다. 학교 용지를 지역구(강서을)로 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진학교 터에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해 주민 반대가 거셌다. 2017년 9월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뒤에야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착공이 가능해졌다.

동진학교는 아직 부지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2012년 12월 설립계획 수립 이후 이듬해 11월 중랑구 묵동 태릉중 교지 내 남는 공간에 지어질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로 계획이 표류했다. 이후 3년여가 지난 2017년 3월로 개교일이 정해졌지만 중랑구와의 협의가 불발돼 지금껏 개교일만 4번 미뤄졌다.

교육청은 최근 중랑구 신내동 313∼314번지를 동진학교 터로 정하고 땅 주인들에게도 동의를 받았지만 중랑구청은 인근 700-1번지에 학교를 지으라고 요구하면서 개교는 2022년 3월로 연기됐다. 동진학교는 중랑구에 생기는 첫 특수학교로, 서울 내에는 중랑구를 포함해 양천·금천·영등포·용산·성동·동대문·중구 등 8개 자치구에 아직 특수학교가 없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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