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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불타는 ‘지구 허파’ 아마존…브라질 개발정책이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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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정권, 규제 완화

자연화재 드물어…이례적

파괴된 삼림의 65% 이상이 소 사육하기 위한 목초지



경향신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으로 야간 촬영한 아마존이 화재 발생 지역을 나타내는 오렌지색으로 뒤덮여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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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지난달 말 발생한 산불로 3주 넘게 타고 있다. 그동안 아마존에서의 산불은 자주 일어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기후변화로 아마존이 건조해진 데다, 아마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 출범 이후 열대우림이 지속적으로 파괴돼 산불이 대형화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마존에서 지난 15~20일 새로 포착된 산불만 9507건에 이르며, 2013년 이후 최악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화재는 브라질 북부 혼도니아주, 마투그로수주 등 곳곳으로 번졌다. 브라질 정부는 24일 산불 진압을 위해 군병력까지 투입했다. 또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 연구소’(Ibama)는 올해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발생한 아마존에서의 산불은 7만28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었다고 밝혔다고 브라질 언론들이 전했다.

아마존의 생태적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마존은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한다. ‘지구의 허파’다. 국제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에 “말 그대로 우리의 집이,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며 “국제적인 위기”라고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스타그램은 ‘붉은목 풍금조’ 사진을 공유하며 “아마존 열대우림이 없다면 이 아름다운 새는 물론 인간들도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불 대형화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1일 취임한 그는 환경보호구역 지정 기준 완화, 환경법 위반 기업 벌금 감면, 원주민 보호구역 내 광산 개발 허용 등 각종 규제 완화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올 초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아마존 환경 훼손 행위에 대한 벌금은 지난해보다 29.4% 줄었다. 뉴욕타임스도 그의 취임 후 6개월간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이 약 3440㎢ 감소했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주권침해’라고 맞섰다.

쇠고기와 콩 산업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브라질 쇠고기 수출협회에 따르면 브라질은 지난해 쇠고기 164만t을 수출했다. AFP통신은 그린피스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아마존에서 파괴된 삼림의 65% 이상이 소를 사육하기 위한 목초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소의 주요 사료이기도 한 콩도 원인으로 거론됐다. 목초지와 밭을 확보하기 위해 농민들이 숲을 태우는 과정에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보우소나루의 당선 이후 농민들이 더욱 대담하게 불을 지르게 됐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중남미 곳곳의 자연이 재해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볼리비아에서는 산타크루스 일대 산불이 서울 면적의 15배가 넘는 규모의 삼림을 삼켰다. 칠레는 수십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멕시코에서도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으로 열대우림의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연 자원 의존도가 큰 중남미에서의 여파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중남미 재해와 이상기후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의 단면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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