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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5400만 홀린 미국판 '복면가왕'… 눈독 들인 韓 예능 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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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더 마스크드 싱어' 제작자 크레이그]

7년만에 美 예능 최고시청률 기록

의상 한 벌에 5만달러 들이기도… '아메리카 갓 탤런트'도 만들어

"유튜브·넷플릭스 이길 비법은 한국처럼 참여 유도하는 것… 늘 새로운 아이디어에 감탄"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끊임없이 궁금하게 하는 한 편의 미스터리 수사물을 보는 것 같았어요."

미국의 유명 TV쇼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56) 스마트독미디어 대표는 2년 전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TV에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명인이 가면을 쓰고 무대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면 패널과 시청자들이 그 정체를 알아맞히는 방송. '아메리카 갓 탤런트' '딜 오어 노딜' 등 내놓는 버라이어티쇼마다 성공시킨 그를 한눈에 사로잡은 프로그램은 MBC에서 주말 저녁 방송되는 '복면가왕'의 태국판 리메이크 버전이었다.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의 탄생 비화. 5400만명이 시청한 미국판 '복면가왕' 제작자 크레이그 대표를 24일 이메일로 만났다.

조선일보

국제방송영상마켓 참석차 한국을 찾은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대표가 ‘더 마스크드 싱어’에 등장한 가면들 사이에 앉아 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한국 프로그램에 눈독 들이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독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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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 본 순간, '미국서도 성공할 포맷'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목소리만 듣고 추측하는 재미와 독특한 의상, 뮤지컬 같은 무대까지…. 미국에선 본 적 없는 프로그램이었죠." 방송사 이곳저곳에 직접 연락을 돌렸고, 지상파 방송사 폭스(FOX)가 MBC로부터 판권을 사왔다. 올해 1~2월 방영된 첫 번째 시즌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NBC '더 보이스' 이후 7년 만에 미국 예능 최고 시청률(18.49%)을 기록했다.

이미 40여국에 수출된 '복면가왕'은 그의 손을 거쳐 독보적인 시즌제 경연으로 거듭났다. 오직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가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출연자의 온몸을 뒤덮는 탈을 씌웠다. 의상 한 벌에 많게는 5만달러(약 6050만원)가 들었다. 그래미상 10회 수상자 글래디스 나이트,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딸 루머 윌리스, 미식축구 수퍼볼 우승을 4차례나 거머쥔 스타 선수 테리 브래드쇼 등 화제의 출연자들도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다음 달에는 시즌 2가, 내년 2월에는 시즌 3가 방영될 예정이다. 그는 "각국의 우승자를 미국으로 초청해 경연을 벌이는 '왕중왕전'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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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분장을 하고 ‘더 마스크드 싱어’에 출연한 미국 가수 글래디스 나이트. /FOX


'더 마스크드 싱어'로 TV 콘텐츠의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한 크레이그 대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시청자를 뺏기고 있지만, TV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한국 예능이었다. 그는 TV가 가진 장점으로 "동 시간대에 같은 경험을 겪게 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여전히 많은 사람이 TV를 봅니다. 그들은 그 시간을 다른 이들과 동시에 공유하고 싶으니까요." 그는 "예능도 매 순간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TV 매체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복면가왕'은 가면 속 인물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추측하게 하는 전략이 유효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크레이그 대표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 참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방한했다. 그는 "한국 방송 제작자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늘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한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프로그램의 종류가 압도적으로 다양해, 유럽을 포함한 해외 여러 곳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만들 차기작도 한국 방송 프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번에 한국에 왔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LA에 돌아가면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복면가왕'의 뒤를 잇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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