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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2억명이 생체 ID 등록… '디지털 코끼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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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부소장



몇 년 전 인도 출장 중 만난 현지 동료의 왼손 검지에 잉크가 묻어 있었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투표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잉크 자국을 한동안 남도록 해 이중 투표 등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조만간 이런 잉크 자국은 '아날로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세계 최대 생체 인식 디지털 ID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아드하르(Aadhaar)'를 통해 인도인을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 등록시키는 전대미문의 실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아드하르는 12개의 개인 고유 번호에 지문·홍채 등의 생체 정보까지 포함한 것으로, 2013년 5억명이던 등록자 수는 현재 12억명을 넘어섰다. 이를 활용한 개방형 응용 프로그램도 제공, 디지털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았다. 예컨대 지난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은행 계좌를 개설한 인도인의 85%가 신원 확인 등을 위해 아드하르를 사용했고, 8억7000만개의 금융 계좌 및 공공복지 지급 계좌의 85%가 아드하르와 연계돼 있다. 또 운전면허, 졸업증명서, 진료 기록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통합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디지로커(DigiLocker)도 도입돼 현재 2370만명의 가입자들은 실물 신분증 없이도 모바일 등을 통한 디지털 서류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신원 확인과 정보 활용이 가능하다.

소비자와 정부가 쌍끌이 '디지털 혁명'

인도는 세계 2위 인구라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는 5억6000만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 아직 인도 인구의 40%만 인터넷에 가입된 상태란 점을 고려할 때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2023년이면 인터넷 가입자 수는 약 8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3억5400만대인 스마트폰 대수도 2023년엔 두 배인 약 7억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보급 확산과 모바일화로 디지털 금융 결제 건수는 2014년 1인당 2.2건에서 2018년 18건으로 늘었다. 여전히 현금 거래 중심이 많지만, 2025년이면 유통 거래의 60%는 현금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가 2014~2017년 동안 17개의 주요 디지털 국가들의 디지털 도입 지수(Digital Adoption Index)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인도(90%)가 인도네시아(99%)에 이어 둘째로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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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대신 모바일로 신원 확인 - 인도에서 운전자가 교통 경찰에게 운전면허증 대신 휴대폰에 설치된 ‘디지로커’ 앱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에서는 정부가 만든 이 앱에 운전면허, 졸업증명서 등을 저장해두고 있다가 언제 어디서든 실물 서류를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디지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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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나라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인들은 다른 글로벌 소비자들에 비해 디지털 몰입도가 높다. 인도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3억명으로 이들의 일주일 평균 사용 시간은 17시간이다. 중국·미국보다 많다. 지난해 앱 다운로드 건수는 123억건. 인도에선 메신저 프로그램인 와츠앱을 통해 하루 평균 5000만분의 영상 통화가 이뤄질 정도다. 지난해 인도 모바일 데이터 사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8.3 GB(기가바이트)로 중국(5.5 GB)을 넘어 한국(8.5 GB)에 육박한다. 더 주목할 점은 증가 속도다. 연간 1인당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의 증가율은 152%로 미국이나 중국의 2배를 넘는다.

정부의 적극적인 디지털화 정책도 큰 역할을 한다. 2012년 개방형 정부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143개의 정부 부처로부터의 25만개 자료를 포함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잔 단 요자나'(Jan Dhan Yojana·전 국민 계좌 갖기) 정책으로 적어도 한 개 이상 디지털 금융 계좌를 갖고 있는 인도 성인은 2011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80%에 달한다. 2016년엔 정부 전자 시장(Government eMarketplace)을 개설, GDP의 13%에 육박하는 정부 기관 조달 시장에의 참여 절차와 투명성을 대폭 개선했다.

인도의 4대 디지털 혁신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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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분 확인 프로그램인 ‘아드하르’에 지문·홍채 정보 등을 등록하기 위해 줄 선 인도 시민들. /인도 신분증 발급위원회



MGI는 인도 경제가 디지털 기술 접목으로 향후 2025년까지 1조달러의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농업, 유통, 헬스케어, 물류 분야에 주목할 만하다.

인도 농업은 GDP의 18%, 고용의 4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농민의 하루 평균 수입은 3달러에 불과하다. 낮은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16개 주 585개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전자 농산물 시장(eNaM) 플랫폼을 개설, 농민들이 중간 상인의 개입 없이 모바일 앱을 통해 직접, 투명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억5800만명의 농민들에게 토양 정보 카드를 보급해 각 농장의 토양 비옥 정보를 모아 공유하고 종자 이용 정보 포털(Seednet India Portal)을 여는 등 800개 주정부 및 연구 기관에서 데이터를 수집,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 역시 잠재력이 크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페이티엠(Paytm)의 경우 개인 3억명과 기업 600만여개가 이용 중이다. 여전히 가족 경영 중심의 소규모 가게가 80%에 달하고, 전자상거래 비중이 유통의 5%에 불과하지만 2025년엔 1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정부가 앞장서서 전자건강기록(EHR) 등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적극 추진 중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 조일로(Zoylo)는 8만개가 넘는 병·의원과 약국 진료를 쉽게 예약하고, 약을 주문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가입 수가 10만명에 이른다.

열악한 인프라로 다른 국가 대비 높은 물류 비용도 디지털화를 통해 최대 25%까지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혁신 노력과 방대한 소비자층을 바탕으로 인도의 디지털 코끼리가 춤추기 시작했다.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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