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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녹조 가득했던 자리에…사사삭 모래 소리, 물 흐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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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금강’ 생태계 현장 답사

대전 환경단체 등 2박 3일간

화산천 합수부-백제보 돌아보며

4대강 사업 폐단 눈으로 확인

지난달 수문 개방한 백제보

붉은깔따구·펄 악취 등 줄고

공주 고마나루 제 모습 찾아가

“금강 흘러드는 소쟁이천 물소리

4대강 이후 7년 만에 처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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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온통 초록색이었다. 하굿둑에 막혀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물은 여름이면 녹조로 뒤덮였고, 이번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더하네.” “녹차 같아.” 금강의 수변·수중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자전거 현장 답사에 나선 ‘자전거 탄 금강’ 참가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지난 21일 오전, 충남 서천 금강의 화산천 합수부 지점은 녹조가 창궐한 모습이었다.

금강 하굿둑에서 상류 쪽으로 2㎞ 떨어진 이곳에서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강물에 들어가 손을 담갔다. 초록색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그의 팔에 녹조가 묻어나왔다. “완전히 (초록색) 페인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녹조가 가득한 팔로 김 기자는 “이곳 서천에선 ‘서래야 쌀’이 친환경 쌀로 유명한데, 녹조 섞인 물이 (인근 화양양수장을 통해) 논으로도 흘러간다”고 우려했다.

이날 행사는 금강유역환경회의,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서천생태문화학교, <오마이뉴스>, 이상돈 의원실 등이 공동주최했다. 21~23일 2박3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금강 하굿둑에서 세종보까지 강의 자연성이 회복된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하려고 진행한 기획이다. 금강은 지난해 세종·공주보에 이어 최근 백제보까지 3개 보가 모두 개방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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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폐단은 강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녹조로 가득한 화산천 합수부에 이어 ‘자전거 탄 금강’ 참가자들이 페달을 밟아 도착한 곳은 부여 시음지구의 수변공원이었다. 이곳엔 4대강 사업 때 인근 공원과 함께 조성된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이 있지만, 찾는 이가 없어 폐쇄된 지 오래였다. 선착장은 쇠사슬과 철문으로 잠겨 있었고, 주변은 형광색에 가까운 녹조로 가득했다. 보도블록 사이로 웃자란 풀이 스산함을 더했다. 그야말로 ‘유령공원’이었다.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갈수록 강은 서서히 생명을 회복하고 있었다. 보 개방에 따른 결과였다. 이튿날인 22일 오전 참가자들은 부여 백제교 아래에서 금강 바닥의 퇴적토를 떠내 살폈다. 2012년부터 금강의 3개 보 인근에서 꾸준히 이 작업을 해온 충남연구원의 연구원이 고무보트를 타고 강에 들어가 강바닥의 흙을 퍼냈다. 흙은 강 중심부와 양쪽 측면 등 모두 3곳에서 떴다. 측면 흙은 대체로 시커먼 펄이었고, ‘주수로’인 강 중심부는 모래가 다소 섞여 있었다. 상류인 세종보·공주보 바닥 흙이 보 수문 개방 뒤 모래나 자갈로 변한 것과 달리, 백제보 하류인 이곳은 여전히 펄이 많았다. 백제보는 지난달부터 개방이 시작됐다. 김영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바닥 상태는 2015~2016년 즈음이 최악이었는데, 보 개방 뒤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펄의 악취가 줄고 모래질이 늘고 있다. (상류인) 세종보 쪽은 이제 모래와 자갈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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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인근에 도착하자,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백제보에서 300m가량 상류로 올라온 우안(강 오른편) 강변 강물에 들어가 손으로 잿빛 펄을 퍼내 왔다. 시큼한 비린내를 풍기는 펄을 헤집어가며 참가자들은 머리카락 굵기의 실지렁이 6마리와 붉은깔따구 애벌레 3마리를 찾아냈다. 모두 4급수 지표생물이다. 김종술 기자는 “이전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보 개방 뒤)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펄에서 나는 비릿한 악취도 “전보다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백제보는 세종·공주보와 달리 지난달에야 수문을 개방했다. 열흘 간격으로 0.5m씩 수위를 낮춰 이달에야 전면 개방했는데,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나온 강변에 쌓인 퇴적토에서 이 ‘단계적 개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계단처럼 쌓인 강변 퇴적토와 펄 곳곳에 그새 초록색 풀이 자라나 있었다.

백제보에서 공주 견동리 청남지구로 향하던 길에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금강으로 흘러드는 ‘소쟁이천’의 물 흐르는 소리가 반갑다”며 사진을 찍었다. 백제보 개방으로 본류인 금강의 수위가 낮아지자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천 흐름도 원활해진 것이다. 해마다 금강 답사를 한다는 유 처장은 “4대강 사업 이후 6~7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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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인 23일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공주 고마나루의 모래톱(모래사장)을 찾았다. 지난해 세종·공주보 개방 뒤 강 수위가 내려가며 사라졌던 모래톱이 되살아난 곳이다. 모래톱 일부는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4대강 사업 이전엔 금강의 유명한 ‘금모래’가 넓게 펼쳐졌던 곳”이라고 한 참가자가 설명했다. 여름마다 ‘강수욕’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고 하류에 공주보를 세운 뒤 모래톱은 수몰됐다. 이후 여름이면 녹조가 창궐했으나, 지난해 공주보를 완전히 연 뒤 모래톱이 살아나면서 서서히 예전 모습을 회복하는 중이다. 다만 바닥은 여전히 펄이었다. 모래 아래 양분이 풍부한 펄에 풀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일부 ‘육지화’가 진행 중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대로 두면 모래톱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며 김종술 기자를 비롯한 지역 환경단체들이 최근 돌아가며 제초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동행한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모래에 아직 펄이 섞여 있고 온전히 옛 모습을 찾긴 어렵겠지만, 보 개방으로 조금씩 옛 모습이 돌아오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손으로 고마나루 모래톱의 모래를 퍼 올리자 ‘사사삭’ 소리를 내며 흩뿌려졌다. 여전히 하굿둑으로 막힌 금강 하류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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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금강’ 참가자들은 오는 28일부터는 나흘간 낙동강을 찾는다. 낙동강 살리기 네트워크와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이 금강과 달리 여전히 보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낙동강의 여러 문제에 대해 현장 답사를 진행한다. 조만간 출범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두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는 올해 초 금강과 영산강의 세종·공주·죽산보에 대해 ‘해체’(공주보는 부분해체)를 권고한 바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하면 이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법정계획 변경, 기본실시설계, 물 이용 대책 추진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보 처리에 대한 결정이 올해 내 이뤄진다 해도 실제 해체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께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참가자들은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보 철거와 개방 등이 더딘 상황을 비통해했다. 이상돈 의원은 “전 정권의 가장 극심한 적폐이자 폐단인 4대강 16개 보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불행”이라며 “이 문제에 정부가 너무 미적대고 있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새만금 사업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천 부여 공주/글·사진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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