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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개인 건강보험으로… 산재 감췄다 법정 서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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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떨어져 부상 입었는데 ‘쉬쉬’

작업 중 절단·화상사고 은폐 시도

울산지검, 산안법 위반 22명 첫 기소

불이익 우려해 고용부에 보고 않고

‘산재보험 적용 포기’ 합의서 강요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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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남구에 있는 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변아무개씨는 지난해 3월 설치작업을 하던 가로등이 머리 쪽으로 떨어지면서 머리와 어깨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가로등을 옮기던 포클레인의 연결고리가 낡아 끊어지면서 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변씨는 50일 동안 회사에 나가지 못했지만, 회사는 이 사실을 쉬쉬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산업재해로 처리하지 않고 포클레인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진료비 등을 처리했다.

변씨가 소속된 회사처럼 산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은폐’한 사업장들이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5일 <한겨레>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기소된 대표이사 등 22명의 공소장을 보면, 자동차 부품 조립작업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얼굴과 손등에 화상을 입어도 이를 은폐하고 넘어간 회사가 여럿이었다.

앞서 울산지검과 고용노동부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합동수사를 진행해, 지난달 30일 산재가 발생했는데도 사고 개요와 원인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주 등을 재판에 넘겼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기업체들이 밀집한 울산은 사고성 산업재해 사망자가 2016년까지 매년 40여명씩 발생했다. 부상자·질병자를 포함한 산업재해율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기소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산재인데도 개인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조아무개씨는 지난해 4월 회사 창고에서 약 2m 높이의 접착제 드럼통 위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떨어져 다발성 골절을 입었지만, 본인 건강보험으로 병원에 다녀야 했다. 회사는 산재 보상보험으로 처리하는 대신 진료비만 회삿돈으로 보전해줬다. 조씨가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사업주는 그가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처럼 급여를 지급하고 산재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철판 관련 작업을 하다 정강이를 철판에 부딪혀 크게 다친 김아무개씨도 자신의 건강보험으로 병원에 다녔다. 지난해 10월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김아무개씨는 철근 조립작업 중 3m 바닥 아래로 떨어져 척추 골절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사업주로부터 ‘향후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당환수금 자료를 보면, 산재 환자인데도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환수된 금액은 2014년 66억원, 2015년 65억원, 2016년 70억원, 2017년 75억원, 2018년(1~9월)은 5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5억~6억원꼴이다.

검찰은 ‘산업재해 보상보험료 할증’이나 ‘노동청의 행정감독’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기준 가점 미부여’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이유로 사업주들이 산재를 은폐한다고 분석했다. 2017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제10조, 제68조 1호)은 산재 발생을 은폐하고 이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송기헌 의원은 “지난해 김용균 사건 등으로 산업안전 및 재해예방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는데도 이를 소홀히 하는 사업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산재은폐 사업주 처벌 강화 및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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