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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학습효과?…기업들, 농어촌상생기금 출연 저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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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액, 약정액의 22% 불과… 89%는 공기업과 개인·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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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지지부진한 농어촌상생기금 출연도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탓?’

민간기업들이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즈음 약속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이 지지부진하다. 26일까지 모금된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액은 애초 약정액의 22%에 불과하다. 더욱이 기금 출연액의 89%가량은 공기업과 개인·단체가 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기업들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현금 뿐 아니라 현물까지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27일 공포된다고 26일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1월28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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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민간기업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시 현행 현금 이외 농어업 관련 기계 및 장비 등 물품과 그 밖의 재산을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열린 간담회에서 상생기금에 현물도 출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일부 기업의 요청이 있었다”며 “법 시행 전 현물 출연 시 금액산정 방법과 세제 혜택 등의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 이외 현물 출연까지 허용하더라도 기업들의 출연이 활성화할지는 의문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둔 2015년 즈음 생겨났다. FTA로 기업들 수익은 증대되는 반면 농어업인들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농어업인의 피해를 일정부분 보존해주자는 취지다.

농어촌상생기금은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무역이득공유제’(FTA로 수혜를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자는 제도)의 대체 성격이 짙었다. 재계와 정치권은 결국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 간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업인 자녀에게 교육·장학사업을 펼치는 내용의 개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FTA 체결 이후 기업들 태도가 달라졌다. 상생기금 모금 첫해인 2017년 기업들 기부액은 309억6450만원에 그쳤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업들 출연액은 더 쪼그라들었다. 2018년엔 179억3000만원, 올해는 이날까지 42억7600만원이었다. 지난 2년 8개월 동안 출연된 기금은 약 596억6000만원. 당초 목표치(약 2670억원)의 22.3%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공기업(528억3100만원)이 냈다. 민간기업은 2017년 할당치의 1%에 못미치는 3억90만원을 출연하더니 2018년엔 52억1500만원(할당치의 22.5%), 올해는 12억5850만원(22.74%)만 기부했다.

기업들은 왜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에 인색할까. 농식품부와 농어촌상생기금 전담기구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요인은 △경기 침체 △강화된 이사회 △최순실 사태 크게 세 가지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비가 점차 줄고 있고, 10억원 이상 기부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기금 출연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기업들이 K스포츠재단 등에 거금을 출연한 뒤 겪고 체감한 학습효과가 컸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좋은 의도에서 돈을 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전례 탓에 정부도 기금 출연 독려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형식상 상생기금 모금과 홍보, 사업집행 등은 재단에 일임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단 관계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농어촌과 상생 협력사업을 발굴해 기업 담당자에게 이에 대한 참여를 요청하는 것 이외 딱히 (재단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개정안은 기금사용 용도를 농어업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학사업 뿐만 아니라 농림수산해양에 관한 과목을 편성·운영하는 학교와 농어업 관련 학위과정(농학, 수의학, 수산학 등) 운영 학교, 농어촌 지역 학교 및 학생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농어업인 등 지원위원회 소속 민간위원의 뇌물 수수 등 불법 행위 적발시 공무원에 준해 처벌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민간위원의 공적 업무 수행시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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