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최강스펙` 경쟁 넘어선 삼성 갤노트1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 최강 스펙'이란 표현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을까. 삼성전자가 매년 갤럭시노트 신작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경쟁적으로 따라붙던 수식어가 올해 노트10 시리즈부턴 종적을 감췄다. 스펙으로 최고 기술력을 뽐내는 데서 벗어난 대신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제품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디스플레이 화면에 적용한 인치당 픽셀(PPI) 기준을 400대로 낮췄다. 갤럭시노트10은 401PPI, 갤럭시노트10 플러스는 498PPI다. 이는 올해 초에 출시된 갤럭시S10에 적용된 550PPI에 비해 오히려 선명도가 낮아졌다. PPI는 인치당 몇 픽셀이 밀집돼 있는가를 의미해 이 수치가 높을수록 선명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강조하면서 시리즈마다 PPI를 높여 업계 최고 디스플레이를 선보여왔다. 이 때문에 갤럭시노트10에선 600PPI 이상 최고 화질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란 업계의 예상이 나왔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갤럭시노트10은 풀HD+ 해상도, 갤럭시노트10 플러스는 3040×1440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스펙 경쟁 전략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OLED 기술을 자랑해왔다면, 경쟁자인 애플은 레티나(망막) LCD 기술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서로 맞대결을 펼쳐왔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Ⅹ' 시리즈 이후 아이폰에도 OLED가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경쟁은 사라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OLED란 인식이 이제 굳어졌다. 특히 올가을에 출시될 '아이폰XI'(가칭)부터는 OLED의 색감을 좌우하는 유기물 발광 재료마저 삼성전자와 애플이 같은 것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화질 구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삼성전자는 더 이상 PPI를 높이는 물리적 경쟁보다 간결한 적층 구조를 활용해 화질 균일도를 높이는 등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시리즈부터는 전면 듀얼카메라 기능도 뺐다. 카메라 구멍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화면을 볼 때 집중도를 저하시킨다는 고객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10 시리즈의 S10 플러스 모델은 전면 듀얼카메라를 넣어 원 2개를 이은 타원형 모양의 구멍이 있었다. 갤럭시S10 5G는 전면 듀얼카메라는 물론 셀피 카메라와 심도 카메라 두 가지로 구성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노트10 플러스에는 듀얼카메라를 과감하게 빼고 구멍을 가운데로 옮기면서 더 작고 정교한 구멍을 뚫었다. 이는 홀을 활용해 카메라가 디스플레이 안쪽으로 들어왔지만 성능은 카메라 렌즈가 외부에 노출된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와 동일하다는 의미다. 광량 투과 테스트에서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와 동일한 92%의 높은 투과율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앞면 듀얼카메라 채택으로 디스플레이 구멍 크기가 커져 방해가 된다는 사용자 평가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10에서 심도 카메라를 앞면에선 제외해 디스플레이 몰입감을 높이는 방향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갤럭시노트10은 노트 시리즈 최초로 6.8인치 '갤럭시노트10 플러스'와 6.3인치 '갤럭시노트10'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면서 큰 화면을 원하는 고객과 그보다 콤팩트한 크기로 갤럭시노트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 모두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가 또 하나 고집을 꺾은 부분은 배터리다. 삼성전자는그동안 관계사인 삼성SDI, 일본 무라타, 중국 ATL 등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2016년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에 따른 전량 리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이후 국내 회사인 LG화학에서도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후 배터리 분야에서 삼성SDI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배터리 공급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 성과는 크게 드러난 게 없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10 제품에 처음으로 LG화학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LG화학 배터리의 삼성 갤럭시노트10 채택은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기업 간 협력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삼성전자가 향후 일본과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갤럭시노트10 시리즈 누적 개통량은 50만여 대로 집계됐다. 갤럭시노트9보다 20% 정도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