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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갤노트10 LTE 모델도 출시” 권유했다가 제조사·통신사 딴 목소리 ‘머쓱해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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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통신사가 5G도 LTE 요금제 가입, 빗장 풀라” 공 넘겨

통신업계는 “5G 네트워크 투자 막대한데…” 제조사로 다시 떠넘겨

엇박자 조정 못한 채 과기정통부 “민간에 강제 수단 없어” 발 빼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갤노트10) LTE 모델 출시 여부를 놓고 정부와 제조사, 통신사가 각각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5세대(5G) 이동통신 전용으로 국내에 시판된 갤노트10의 LTE 모델 출시를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LTE 모델을 출시할 게 아니라 5G폰도 월 이용료가 저렴한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통신 3사가 빗장을 풀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신 3사는 삼성전자가 올 초 공개한 ‘갤럭시S10’처럼 LTE 모델도 내놓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등을 위해 갤노트10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5G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의 LTE 모델 출시를 제안했다.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과열된 시장을 정부가 단속하면서 지원금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단말기 구매가격이 높아진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다. 통신 3사도 최근 신규폰 가뭄 속에 LTE 모델이 나와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면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갤노트10 5G와 LTE 모델을 모두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LTE 모델과 비슷한 가격에 성능은 우월한 5G폰을 국내에 공급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국내 갤노트10 5G 가격은 124만8500원으로 유럽 갤노트10 LTE 버전(899유로·약 121만원)과 비슷하다. 국내에서 LTE 모델을 해외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하면 소비자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국내용으로는 5G 모델만 만들었기 때문에 LTE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제품 제조, 전파 인증, 망 연동 테스트 등에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통신 3사는 삼성전자가 LTE 모델 출시에 ‘3개월’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규폰 출시 후 판매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을 3개월로 보는데, 삼성전자가 이문이 더 많이 남는 5G 모델로 재미를 본 뒤 단물이 빠지면 LTE 모델도 팔려는 생각이라고 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통 신규 모델이 나오고 3개월이 지나면 재고 떨이를 위해 단말기 제조사에서도 통신사에 마케팅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뒤 LTE 모델이 나오더라도 추가 보조금을 등에 업은 5G폰이 더 잘 팔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갤노트10 5G 모델은 LTE 모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신사가 5G폰 구매자의 LTE 요금제 가입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통신사 직원은 “지금까지 5G폰 구매자에게는 LTE 요금제 가입을 받지 않았는데 정책을 바꿀 경우 기존에 가입한 250만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통신 3사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연간 조단위의 투자를 진행 중”이라면서 “투자 규모가 막대한 상황에서 LTE 요금제 가입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제안을 두고 제조사와 통신사가 엇박자를 내자 과기정통부는 한발 빼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LTE 모델 출시를 ‘권유’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민간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까지 나서 “갤노트10 LTE 버전 출시를 삼성전자에 권유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슬그머니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상의도 없이 나섰다가 아무 소득도 거두지 못한 과기정통부의 무능한 조정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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