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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홀닭, 벌떡?…음식점에도 ‘성 감수성’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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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식당에 성차별적 간판과 메뉴판

전문가 “요식업서 성적 농담 빈번…

농담의 대상은 주로 여성” 비판



한겨레

‘청년○○, △△만드는 남자, □□하는 오빠들’

최근 한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에 ‘믿거(믿고 거른다)하는 음식점 상호’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일부 상호가 선정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담겨있어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오빠 잠깐만 오늘은 고기까지’ ‘오빠가 백은 못 사줘도 여기선 다 사줄 수 있어’ ‘오빵 나ㅏ 치해떠ㅓ’ 등 상호 뿐 아니라 가게들의 네온사인에 여성 차별적 문구가 많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슬로건부터 네온사인까지 ‘오빠가~’로 시작하는 여성혐오 퍼레이드에 입맛이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더 노골적인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개그맨 박성광(37)씨는 자신이 운영에 참여하는 포차에서 ‘[서양]나초.avi, [일본]오뎅탕.avi, [국산]제육볶음.avi, [남미]화채.avi’ 등 성인 동영상을 연상시키는 메뉴판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지난 4월에는 ‘찜닭에 꽂힌 계집애’라는 상호를 쓰는 가게가 ‘반반한 계집애‘, ‘화끈한 계집애’ 등의 메뉴판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는데, 업계는 “닭 계(鷄), 이을 집(緝), 사랑 애(愛)라는 글자”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명칭을 변경했다. ‘누나홀닭’, ‘벌떡 떡볶이’ 등도 선정적 간판으로 비판받지만, 업체들은 “‘누구나 홀딱 반한 닭’의 줄임말이다” “‘벌떡 일어날 만큼 맛있다’는 의미”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상표나 간판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옥외광고물법 제5조 2항 2호에 따라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간판은 사용할 수 없다. 또 상표법 제34조 1항 4호는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와 내용 등이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등 공공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 등록을 너무 거절하다 보면 상표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가 있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와 상표를 출원하는 분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유행하는 네온사인이나 메뉴판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수 없는 위치거나, 외부에서 볼 수 있더라도 홍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문구라면 광고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요식업은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기 때문에 엄숙한 사회규범으로부터 벗어나 성적인 농담이 용인된다고 여겨진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농담의 대상은 주로 여성이었고,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며 노는 사람은 남성이었다”며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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