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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백남준 '다다익선' 브라운관 수리해 원형유지…2022년 재가동(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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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비디오탑, 안전문제로 작년 2월 가동중단

외국 브라운관 재생기술 연구해 복원키로…6인치 등 불가피할 경우 OLED 등 혼용

"작고 작가는 작품 원형유지가 미술관 임무"…일부는 "땜질식 처방" 비판도

연합뉴스

가동 중단 전 백남준 '다다익선'. 전 세계 비디오아트 작업 중 가장 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개월째 작동이 멈추면서 미술계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한 백남준 비디오탑 '다다익선' 운명이 기존 브라운관 모니터를 최대한 수리·복원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일부 모니터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최신 기술이 활용된다.

'다다익선'을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22년 하반기에 작품을 다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미술관은 11일 서울관 기자간담회에서 '원형 유지'를 골자로 한 '다다익선' 3개년 복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988년 과천관 현관에 설치된 '다다익선'은 6∼25인치 크기의 브라운관 모니터 1천3대를 오층탑처럼 쌓아 올린 18.5m 높이의 작품이다. 백남준 유작 중 최대 규모로, 세계에 전시된 비디오아트 작업 중에서도 가장 크다.

미술관은 '다다익선' 모니터·부품 노후화에 따라 2003년 모니터 전면 교체를 비롯해 수차례 보존수복을 했다. 하지만 모니터 320여대를 교체·수리한 지 2년 8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상단부에 누전 현상이 발생하고, 한국전기안전공사 진단 결과 브라운관(음극선관·CRT) 절연 상태 위험도도 큰 것으로 나오면서 아예 가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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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다다익선'을 구상 중인 백남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립현대미술관은 가동 중단 19개월 만에 CRT 모니터를 최대한 수리·복원해 원형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60대인 6인치 모니터 등 복원이 어려운 일부의 경우는 OLED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미술관이 접촉한 국내외 전문가 23명이 모니터 LED 교체를, 12명이 CRT 모니터 유지를 제안한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다.

미술관은 CRT를 재생하는 1960년대 기술이 아직 독일에 있고 이 기술이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르스트미술관 '하늘을 나는 물고기'(1983∼1985) 복원에 사용됐다는 점을 확인, '다다익선'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작업을 맡은 요헨 자우어라커는 20여년간 백남준을 도운 테크니션 겸 작가다. 미술관은 미국에도 유사한 CRT 재생기술을 갖춘 공방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사 중이다.

7년에 걸쳐 복원된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 '세기말Ⅱ'(1989)도 일부 작은 모니터는 LCD(액정표시장치)로 교체됐지만 대부분은 원래 CRT를 유지 중이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간담회에서 "작고한 작가의 작품 복원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원형 유지이며 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술관 임무"라면서 "작품은 시대상을 반영하며 '다다익선' CRT 모니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매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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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복원 방향과 계획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박미화 학예연구관이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복원 방향 및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9.9.11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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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다다익선' 설치를 기념하는 백남준 서명
[국립현대미술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술관은 연말까지 조사·연구를 지속하면서 내년부터 3년에 걸쳐 본격적인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약 30억 원으로 추산되는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미술관은 '다다익선' 재가동시 일일 상영 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여 작품 내구연한을 10∼15년 정도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다다익선' 복원은 백남준 작업 복원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으며 미디어아트 전반의 보존·복원 문제와도 결부된 중요한 문제다.

미술관 복원 방향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남준과 함께 '다다익선'을 만든 이정성 테크니션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천3개 모니터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며 문제도 잦은 것이 552대의 10인치 모니터인큼 이를 LCD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테크이션은 "미술관이 말하는 시야각 문제도 광시야각 LCD로 해결 가능하다"면서 "또 고장 날 우려가 큰 CRT로 왜 땜질식 처방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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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다다익선' 복원 방향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복원 방향 및 계획에 대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19.9.11 mjkang@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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