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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EN 한복 인터뷰] ‘저스티스’ 지혜원 “다음 작품 빨리 하게 해달라고 보름달에 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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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태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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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저스티스’로 데뷔한 배우 지혜원이 추석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난 5일 종영한 KBS2 ‘저스티스’에서 손현주, 최진혁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 있다. 연예인 지망생 장영미를 연기한 배우 지혜원이다. 그는 부당한 권력과 돈에 의해 상처투성이가 된 장영미의 심리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성폭행부터 납치, 감금까지 온갖 수난을 겪는 밀도 높은 감정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호평 받았다. 데뷔작이라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애정과 노력을 쏟은 결과였다. 데뷔 후 첫 명절을 맞이한 지혜원이 한복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를 방문했다.

10. 데뷔작 ‘저스티스’가 최근 종영했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지혜원: 초여름에 시작해서 가을 때 까지 반년 동안 촬영을 했어요. 나름 긴 시간이었지만 저는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감독님과 스텝들, 선배들과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종방연 때도 후련함보다는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컸죠. 그래도 첫 촬영을 즐거운 현장에서 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0. 현장 분위기가 좋았나 봐요.
지혜원: 처음에는 드라마 내용이 워낙 무거워서 촬영장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니 생각보다 너무 분위기가 밝았죠. ‘초반에만 이렇겠지’ 했는데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더라고요.

10.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어요. 시청률이 현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쳤나요?
지혜원: 시청률은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현장에 집중하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그런데 시청률이 점점 높아지면서부터 영향이 없지는 않더라고요. 스텝들과 배우들 모두 좀 더 힘을 내게 되고 ‘으쌰으쌰’ 하게 됐죠. 저도 더욱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10. 비슷한 또래의 연예인 지망생 역할이라 공감이 많이 됐을 거 같은데요.
지혜원: 확실히 저와 꿈이랑 목적이 같기 때문에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목적은 같지만 다른 길로 가는 친구라 안쓰럽기도 했고요.

10. 영미 노트를 따로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지혜원: 학교 다닐 때부터 인물 분석을 할 때 항상 노트를 만들어왔어요. 영미만 따로 노트를 만든 건 아닙니다. 다만 영미는 좀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인물이었기 때문에 노트가 훨씬 두꺼웠죠(웃음) 영미의 어렸을 적부터 24살 때까지의 일기를 상상하며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시놉시스나 대본만 보고는 알 수가 없잖아요. 인물 분석은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영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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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연구를 위해 영미 노트를 만들었다는 배우 지혜원./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성폭행 피해자이자 살인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쥔 역할이었어요. 부담감은 없었나요?
지혜원: 없다면 거짓말이죠. 사실 오디션 때는 영미가 4~5회에서 실종되거나 죽는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영미는 짧고 강렬한 한방을 선사하는 캐릭터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시 살아 돌아왔고, 끝까지 나오게 됐어요. 원작인 웹 소설과는 다른 방향이었죠. 그만큼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했습니다.

10. 극중 탁수호(박성훈 분)에게 납치·감금되잖아요. 촬영할 때 무섭진 않았나요?
지혜원: 성훈 선배님이 평소에는 장난도 많이 치고 쾌활해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사이코패스 연기를 할까 생각했는데, 카메라 불이 켜지자마자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라고요. 굳이 무서워하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어요. 몸도 저절로 뒷걸음질 쳐지더라고요. 호호.

10. 갖은 고초를 겪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탁수호에게 한방 날린 기분이 어때요?
지혜원: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지금껏 당한거구나 생각했어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탁수호한테 제대로 한방 먹이는 장면이라 통쾌했죠. 촬영 준비 시간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 장면을 위해 대본을 수도 없이 읽었어요. 대사도 꽤 길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강약을 줄지도 세세하게 고민했습니다.

10.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뭐였어요?
지혜원: 조현우(이강욱 분)가 납치 된 영미를 풀어주는데, 알고 보니 탁수호와 짜고 장난을 친 장면이요. 그때 허허벌판에 주저앉아 두려움에 떨며 두 사람을 바라봐야 해서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는데, 날씨도 38도가 넘는 폭염이었어요. 습하고 땀 분장도 한 상태라 엄청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0. 아쉬웠던 장면은요?
지혜원: 영미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항상 부족한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영미가 탁수호에게 납치돼서 처음 눈을 떴을 때가 가장 아쉬워요.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공포에 떨며 벽지를 찢다가 손톱이 박히기도 하거든요. 제가 더욱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했어야 했는데 부족했기 때문에 편집된 거 같아요. 그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10. 드라마를 본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지혜원: 저와 180도 다른 모습과 목소리라고 하더라고요. 저 같지 않다고요. 영미는 저는 정반대의 캐릭터에요. 저는 밝고 많이 웃고 긍정적인 성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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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원은 “당찬 모습과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모습이 캐스팅 이유였다”고 밝혔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저스티스’가 첫 오디션이었는데, 한 번에 캐스팅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지혜원: 첫 오디션이기 때문에 떨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갈 수 있었어요. 처음부터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기에 재밌게 하고 오자는 마음이었죠. 오디션을 보고 나니 감독님이 ‘너 왜 안 떨어? 당차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손은 엄청 떨고 있었는데. 호호. 나중에 물어보니 당찬 모습과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모습이 영미와 잘 어울려서 캐스팅 했다고 하더라고요.

10.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나요?
지혜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에게 말을 못했어요. 배우가 되고 싶지만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3학년 때까진 공부만 했죠. 그러다 가족들에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는데, 다들 놀라면서 왜 이제야 말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부모님이 허락해줘서 4월부터 입시를 시작했고 7~8개월 준비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하게 됐습니다. 재능보다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 운도 따라준 것 같아요. 제 좌우명이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거든요.

10. 특기가 현대무용, 해금, 승마에요. 모두 일반적인 것들은 아닌데요.
지혜원: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배우게 됐어요. 시험을 볼 때 특기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저는 몸 쓰는 걸 좋아해서 무용을 선택했죠.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무용이 너무 재밌어서 따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해금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악기는 하나쯤 다뤘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피아노는 배웠고 가야금과 해금 중 고민하다가 해금의 구슬픈 소리에 끌렸죠. 승마는 배운지 얼마 안됐어요. 제주도에서 처음 타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승마를 배우고 싶다고 부탁했죠. 배워놓으면 언젠가 사극에서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웃음) 배운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이제는 달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10. 다음 작품에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요?
지혜원: 이번 작품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당차고 똑 부러진 캐릭터였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중인격 연기는 꼭 해보고 싶어요.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 제임스 맥어보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너무 감명 받았거든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배울 것도 많을 것 같고 재밌을 것 같아요.

10. 호흡 맞추고 싶은 상대배우가 있나요?
지혜원: 코미디 장르를 한다면 최우식 선배님과 호흡 맞추고 싶어요. 우연히 예전 드라마들을 다시 보다가 ‘옥탑방 왕세자’를 보게 됐는데 거기서 최우식 선배님이 너무 웃기더라고요. 몇 번을 다시 돌려보기 할 정도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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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혜원의 목표는 90살 때까지 연기하는 거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본인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혜원: 연기적인 장점은 항상 똑같지 않다는 거요.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있지 않고 같은 장면도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에너지가 강한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에너지를 잘 활용한다면 배우로서 다양한 매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 배우로 데뷔한 뒤 처음 맞이하는 추석이에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지혜원: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 있는 횡성으로 내려가요. 원래는 자주 내려갔는데 요새 드라마 찍느라 못 갔거든요. 어릴 때는 주말에 버스타고 저 혼자 내려가기도 했어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다섯 살 때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자랐거든요. 그만큼 저에겐 추억과 애정이 많은 곳입니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추석이 있나요?
지혜원: 저희 가족이 게임을 잘 안하는데 2년 전 추석 때 대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했어요.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번 추석에도 꼭 하고 싶어요.

10. 보름달에 빌고 싶은 소원은 무엇인가요?
지혜원: 다음 작품이 빨리 정해져서 촬영하는 거요.

10. 배우 지혜원의 목표가 궁금해요.
지혜원: 90살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겠지만 그 순간들을 잘 견뎌낼 겁니다. 배우로서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90살인 이유는 90살 때까지 건강할 거 같아서요. 얼마 전에 신체검사를 했는데 예상 수명이 91살로 나오더라고요. 호호.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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