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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대기업 불공정 관행 만연”…규제 풀면 소재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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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우리의 부품.

소재 산업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큰데요,

중소기업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아왔던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정부의 대책.

화학물질 안전 관련 제도와 주 52시간 근로제도 등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성윤모/산업통상자원부 장관/지난달 5일 : "화학물질 관리, 노동시간 등에 따른 애로는 신속하게 해결할 것입니다."]

재계의 요구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규제들을 근본적으로 손보자는 겁니다.

[손경식/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지난달 14일 : "기업들의 활동여건이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그렇다면, 소재, 장비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이른바 후방 산업계의 생각은 어떨까.

14년간 반도체 장비 업체를 운영했던 유 모 씨,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규제가 아니라 턱없이 낮은 납품 단가였습니다.

[유○○/전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음성변조 : "국산화한 장비의 목적이 가격을 싸게 하기 위해서인데, 적어도 한 30% 정도는 싸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그런 논리를 가지고 (압박해 왔죠)."]

낮은 납품 가격은 낮은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유○○/전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음성변조 : "다음 설비들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해야 하는데, 가격이 낮으니까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계속 안 생겨나요.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수준 정도로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업체를 운영하는 유우식 대표도 한국 대기업의 유별난 갑질에 혀를 내두릅니다.

대기업이 원해서 기술협력을 해도 수억 원이 넘는 비용은 늘 자신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유우식/웨이퍼마스터즈 대표 : "그러지 않아도 다 와서 팔려고, 막 와서 하는데 내가 너희한테 왜 (비용을) 줘야 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죠."]

상생의 상징인 '공동개발'도 말뿐이었던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우식/웨이퍼마스터즈 대표 : "한국에서 공동개발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다 만들어놓은 거 갖다가 서류 사인할 때만 'JD'라고 해요. '조인트 디벨롭먼트(공동개발)'라고... 그건 숟가락 얹기죠."]

지난달 반도체 산업 선진화 연구회라는 민간단체가 내놓은 보고섭니다.

반도체 소재, 장비, 부품의 국산화를 더디게 한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꼽습니다.

중소기업의 수준을 낮춘 건 바로 대기업이라는 이야깁니다.

[노화욱/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 : "이걸 소(재)·부(품)·장(비)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냐.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돼 나가는 것은 항상 수요자와 공급자가 같이 상생 협력을 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일본과 거래하는 업체 5백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규제 혁신을 고른 기업보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을 꼽은 곳이 더 많았습니다.

[김은정/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 : "재계가 오랜 숙원 사업 등을 이참에 해결해보자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한시적 효과를 보기 위해 이에 화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굉장히 우려되고 있고요."]

일본 수출 규제를 틈타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대기업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윱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최준혁 기자 (chun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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