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 겸재 정선의 미공개 '금강산 산수화' 4폭 나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 진경산수의 대가' 정선, 금강산 여행 후 그린 산수화

만폭동·벽하담 등 日서 발견… 23일 마이아트옥션 경매 출품

"겸재의 '진주담'은 처음 나와… 색감·계절 감각 풍부한 수작"

조선 후기 진경(眞景)산수를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의 미공개 금강산 산수화 4폭이 일본에서 발견됐다. 고미술 전문 경매사인 마이아트옥션은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 진경산수화 4폭을 일본에서 찾았다"며 "도쿄의 개인 소장자를 1년여간 설득해 최근 국내에 들여왔고 4폭 모두 23일 열리는 경매에 출품된다"고 15일 밝혔다. 그림은 내금강에 있는 만폭동, 벽하담, 진주담을 각각 그린 3폭과 외금강에 위치한 총석정 1폭이다.

◇"겸재가 그린 진주담은 처음 발견"

겸재는 평생 세 번 이상 금강산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수의 금강산 산수화를 남겼다. 1711년 신묘년 가을, 처음으로 금강산에 오른 그가 여정을 따라 금강산 일대의 풍경을 표현한 13폭의 그림이 '정선필 풍악도첩'(보물 제1875호)에 전한다. 겸재는 이듬해인 1712년과 노년에 접어든 1747년에도 금강산을 유람했다. 조선 후기 금강산은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명승지 중 한 곳이었다. 당시 산수화가 주로 중국 산수화를 보고 그린 것인 데 반해 겸재는 우리 국토에 펼쳐진 '진짜 경치'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그렸다.

마이아트옥션은 "그림 4폭 중 '진주담(眞珠潭)'은 기존 겸재 작품 중 전해진 게 없어 유일하다"며 "지금까지 진주담을 주제로 그린 그림은 18세기 선비 화가 진재 김윤겸이 병자년(1756)에 그린 것이 최고(最古)작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보다 앞선 겸재의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넓은 바위에 쏟아져 내리는 폭포, 그 아래 소용돌이치는 물이 경쾌한 리듬감을 보여준다. 너럭바위엔 선비 둘이 앉아 있고, 한 사람은 화면 오른쪽 아래에 서서 흘러내려오는 진주담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일보

겸재 정선이 금강산 여행 후 그린 진주담(큰 사진)이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비단에 수묵담채, 26.2×22.6㎝.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총석정(28.5×22.1㎝), 벽하담(26.4×22.5㎝), 만폭동(28.5×22.5㎝). /마이아트옥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벽하담(碧霞潭)'은 나무가 붉게 물든 금강산 벽하담의 가을 풍경을 자세히 묘사했다. 진준현 전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벽하담을 금강산 일부로 그린 게 아니라 벽하담 하나만 독립시켜 전체 화면으로 그린 건 처음"이라며 "가을 풍경인 풍악산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했다. 금강산은 계절 따라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져 봄에는 금강, 여름엔 봉래, 가을엔 풍악, 겨울엔 개골산이라 불린다. '만폭동(萬瀑洞)'은 근경에 보이는 너럭바위를 중심으로 대소향로봉과 좌선암봉을 좌우로 배치해 화면을 장대하게 구성했다. 기이한 돌기둥을 중앙에 표현한 '총석정(叢石亭)'에선 외금강을 유람하는 화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겸재 화풍 드러나는 수작"

실물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겸재의 필치와 화풍이 드러나면서도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수작"이라고 했다. 겸재 연구의 권위자인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진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림과 보존 상태가 다 좋다. 미공개 겸재 진경산수화로 추정된다"고 했다.

반면 홍선표 한국전통문화대 석좌교수는 "실물을 보지 않고 사진만 봤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겸재 이름에 비해 낙관이 너무 크고 낙관이 그림에 물려서 찍혀 있는 작품은 드물다"고 이견을 제시했다.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은 "사진으로 봤을 때 그 부분이 이상해서 실물을 직접 보니 겸재 작품이 맞는다. 전형적인 필묵법이 드러나 있고 색감과 계절 감각이 풍부한 수작"이라며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진주담이 발견돼 의미가 크다. 내금강 3폭이 한 세트, 총석정은 별도의 그림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림은 23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제 33회 경매에 나온다. 시작가는 각 폭당 2억원.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프리뷰에서 먼저 볼 수 있다.





[허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