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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성회의 3세대 소통병법’] 카톡으로 사표 내는 밀레니얼…상사는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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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디지털 원시인, 디지털 이주민, 디지털 네이티브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손가락 힘 vs 발바닥 힘, 어느 것이 셀까. ‘일 열심히 했다’를 기성세대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고 표현한다. 반면 밀레니얼에게는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이란 말이 적합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기성세대는 신발 끈을 동여매며 각오를 다지지만, 밀레니얼은 유튜브나 앱 검색부터 한다. 기성세대는 “일단 해보라”고 하지만 밀레니얼은 “한 번에 되는 방법부터 인터넷에서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같은 일을 반복, 수정해서 해야 하는 것은 로봇 같아 싫다”고 반발한다. 기성세대는 “실제로 대면하고 말해야 소통이 된다”고 말하지만 밀레니얼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응수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휴가, 결근보고도 카톡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모 대기업의 S전무는 “사직서를 카톡으로 전송, 통보하는 경우조차 있다”며 씁쓸해했다. K팀장은 구성원에게 보고를 받다 “전무님이 읽씹(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답신하지 않음을 뜻하는 용어)을 하셔서…”라고 말하는데 읽씹이란 말을 못 알아들어 몇 번이나 되묻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풍경이 빚어졌다고 털어놨다.

고객을 대할 때도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베이비붐 세대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해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X세대는 반반, 친소관계에 따라 비중을 조정한다. 일단 문자나 이메일로 간단한 요지를 먼저 전달한 후 통화하거나 미팅하는 것이 보통이다. 밀레니얼은 어떤가. 미팅은 물론 통화도 되도록 피하고 이메일이나 문자로 요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직접 마주쳐 밀당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온라인으로 서로 의도와 요청사항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밀레니얼에게 대화력은 고사하고 직접 만나려는 대면력조차 모자란다고 혀를 찬다. 반면 밀레니얼은 “기성세대는 서면력(書面力·텍스트 메시지로 지시하고 보고받는 등 업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각 세대 간 무례의 기준도 다르다. 기성세대는 ‘개념 없는 문자’를, 밀레니얼은 ‘무턱대고 전화’를 무례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는 길게 말해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세대는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각 세대별 성장기 통신수단의 경험과 소통 인식

신기술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성세대와 얼굴 마주치기를 두려워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On-Off 소통 차이는 이들이 성장기에 겪어온 통신 경험과 무관치 않다. 베이비부머들이 청소년기를 보낸 1970년대, 주요 통신수단은 유선전화였다. 사용 장소도, 시간도 모두 공용이었다. X세대는 아날로그의 문화적 감수성과 디지털의 기술 수용성을 함께 가진 세대다. PC통신과 삐삐는 이들 세대 문화의 키워드다. 전화선으로 모뎀을 연결해 사용한 PC통신이나 삐삐로 수신받아 공중전화로 다시 걸어야 했던 소통은 X세대의 디지로그 반영이다. 이름 외에 온라인 아이디를 만들었고, 삐삐 메시지에는 8282(빨리빨리 응답), 1004(천사) 등의 나름의 숫자 약어 등을 이용, 소통 효율화를 꾀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밥은 안 먹고 살 망정 스마트폰은 사용하지 않으면 못 사는 세대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학습과 자기관리, 인간관계까지 디지털을 통해 해결한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좋든 싫든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시대 현상이다. 자, 기성세대, 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가. Q&A 방식으로 구성해봤다.

Q조직 단합과 팀워크를 위해서는 대면소통이 여전히 필요하다. 등산·체육대회·야유회 모두 싫다고 하면 포기해야 하는가.

A 아날로그 세대의 의도에 디지털 세대의 재미를 입혀라.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스트리밍 동영상 채널 카카오TV를 이용, 신입직원 공채 합격자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회사 소개와 회사생활 노하우를 생중계하고, 신입직원들은 실시간 채팅으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쌍방향 형식으로 진행했다. 구글은 온라인 소셜 게임인 고크로스오피스(Go cross office·전쟁을 통해 서로 영역 뺏어오는 군사전략게임)를 개최한다. 게임을 위해 구성원끼리 직접 만나 리더를 선발하고 연합할 동료들을 모집하고 전략을 토의하며 자연스레 단합을 도모할 수 있다.

Q밀레니얼은 대면소통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들었다. 그런가 하면 끊임없는 관심을 바란다고 한다.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닌가.

A 밀레니얼이 온라인을 선호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안별로 다르다. 성과, 커리어, 보상체계 등의 문제는 1 대 1 면담을 선호한다. 무조건 온라인 소통을 좋아한다고 지레짐작, 위의 분야에서도 대면소통을 기피하면 오히려 무관심 내지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은 오프라인 소통의 보완재지 대체재는 아니다. 그레고리 노스크래프트(Northcraft) 일리노이대 교수는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고 만났을 때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신뢰를 ‘재충전’하기 위해서는 첨단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업무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Q기성세대는 첨단기기 활용이 서투르다. 리더가 이들과 온라인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첨단기기 활용이나 기술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가.

A 그렇다. 일의 도구 사용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역량은 일머리다. 글로 지시를 내리고 피드백하려면 리더의 머릿속에 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일단 불러놓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시켜야 한다. 밀레니얼 역시 기성세대의 기술 핸디캡을 알고 있다. 텍스트 메시지로 소통하는 법이 기술보다 우선이다.

Q밀레니얼은 동료가 옆에 있는데도 메신저로 대화한다. 협업을 싫어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A 기성세대는 기본적으로 대면소통을 해야 협업이 되고, 일하는 동료와 유대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메신저 소통에 능한 밀레니얼 세대는 대면소통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모든 소통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들에게 협업이란 꼭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면소통을 북돋우려면 말로 강조하기보다 공간을 통한 넛지 작용이 필요하다. 별도의 행사를 통해 끈끈한 연대를 마련하기보다 자연스러운 부딪침을 통해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 요즘 회사들이 탕비실·카페테리아 등을 개선,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Q왜 이들은 오프라인 소통을 힘들어할까. 상사를 싫어하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A 아니다. 이들 역시 좋은 모습, 탁월한 실력을 증명하고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 다만 디지털 네이티브인 그들은 온라인이 좀 더 유리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오프에서 대면보고할 때 혹시라도 불편한 표정이 드러날까 걱정한다. 온라인으로는 자신이 편한 시간에 지시사항을 확인할 수 있고, 자료도 동시에 검색하며 보완해 대답할 수 있다. 요컨대 주도성과 선택성 면에서 더 고효율이라고 나름 계산한 결과다. 이 외에 밀레니얼은 상사와 조직에 대한 불신이 선험적이다. 이들은 상사가 지시를 해놓고 나중에 말 바꾸며 오리발 내미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오프의 구두 지시는 휘발되지만 온라인의 텍스트 지시는 흔적이 남는다. 나중에 책임 소재가 문제 됐을 때 근거 제시에 유리하다는 안전기제 마련 심리도 약간은 작용한다.

Q밀레니얼이 일하는 것을 보면 산만해 보여 정신이 없다. 따끔하게 일침을 놔야 할까.

A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없다. 일부 회사에서는 외부 SNS를 막아놓는 등 강제차단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부분 실패했다. 어차피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완전차단은 힘들다. 좋게 말하면 멀티태스킹이고, 나쁘게 말하면 산만하다.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면밀히 관찰해 그에 바탕해 피드백을 분명히 줘야 한다. 성과에 질·양적 면에서 마이너스 효과를 줬다면 당연히 지적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은 통제할 수 없지만 결과물을 보고 마감 시기와 수준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제시하라.

매경이코노미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4호·추석합본호 (2019.09.04~2019.09.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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