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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편집장 레터] ‘계급사회 고착화’ 거대한 담론의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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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논술이나 정시로 도전하면 어떨까요? 학종으로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뭐가 그렇게 부족한가요?”

“그냥 생기부(생활기록부) 수준이 전반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학생들이 합격하는 건가요?”

“이걸 정말 이 애가 다 한 게 맞을까 싶은 생기부가 셀 수 없이 들어옵니다. 그런 생기부를 가진 학생만 심사하기도 벅차요.”

“이걸 정말 이 애가 다 했을까 싶은 그런 학생을 뽑아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대학이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일일이 가려낼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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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도 수준의 활동은 의미 있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일반고에서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아닌가요? 도대체 고등학생이 어떤 수준의 활동을 더 해야 했나요?”

“딱 까놓고 말해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겁니다. 어디 대학에서 깊게 실험하면서 논문을 완성한 것도 아니고….”

“고등학생이 어디 대학에서 깊게 실험하면서 논문 작성하고… 이게 쉽나요?”

“어쨌든 우리 평가는 ‘별 의미 없는 생기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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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몰라서 순진하게 물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초파리의 기억력 실험’이라거나 ‘암세포의 세포자살을 통한 천연 항암물질 연구’라거나 ‘고막 모양에 따른 소리의 흡수율 비교’ 정도 탐구는 해야 눈길을 끌 만하다는 걸요. 그저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엄두가 안 나고’ 또 ‘어디 연결시켜줄 능력도 없고 학교도 관심이 없는 탓에 모든 걸 학생 혼자 해야 한다는 데 기함해’ 포기했을 뿐이지요.

요즘 일명 ‘조국 정국’에 의해 기억이 소환된 ‘10년 전 입학사정관 전형 시절엔 저랬구나…’라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입니다. 꼭 지난해 이맘때 얘기입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Great Grey 되기 팁5’입니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내내 가장 아름다워야 함에도 가장 불쌍한 세대로 꼽히는 ‘20대 청춘’에게 ‘Great Grey’는 손조차 뻗어볼 수 없는 단어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조국 정국은 확고한 계급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가 그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담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개인적인 불법이 있었는가, 법무부장관에 적합한 인물인가의 논쟁을 넘어 나아가야 할 지점입니다. 어쩌면 이런 의제를 던져준 게 그동안 줄기차게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조국 법무부 장관의 한국 사회에 대한 실제적인 기여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진정한 ‘Great Grey 되기 팁’은 그 담론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겠다… 또 그런 생각도 들고요.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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