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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국내 유가도 비상…비축유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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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업계와 긴급회의

"사태 장기화땐 방출 고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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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주상돈(세종), 권재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국내에도 원유 공급 차질, 유가 상승 등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한국의 원유 수입 1위국이다. 당장 정부 당국은 16일 오후 석유업계와 긴급 회의를 열어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석유업계와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따른 원유 수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원유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우디가 전략 비축유 방출을 통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현재도 원유를 선적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비축유 방출 가능성도 열어 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은 국내 비축유 방출까지 갈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원유 도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방출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 정부는 1991년 이라크전쟁 발발과 2015년 미국에서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에 따른 멕시코만 유전 생산 중단 등으로 국제 공조를 통해 비축유를 방출한 사례가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비축류 방출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고 당국ㆍ업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올해 6월 현재 비축유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치에 따라 89일분인 9600만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에 정유업계는 울상이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정유업계에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해 원유 수급에는 차질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뜩이나 미ㆍ중 무역 분쟁 등으로 제품 수요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정유사 실적에 악재"라고 말했다.


국내 주유소 기름 값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 종료 시기와 겹치면서 기름 값 오름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데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습 조치가 국내 유가에 미칠 영향은 이달 말 들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편 대한석유협회와 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량은 총 11억1399만배럴이다. 이 가운데 사우디에서 수입한 원유량은 3억2317만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29%에 달한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수입량은 6억3062만배럴로 이 중 사우디산 원유의 비중은 28.3%(1억7845만배럴)다. 한 해 수입량의 3분의 1을 사우디에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에쓰오일은 이번에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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