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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박혜림의 현장에서] 판 커진 수소차 시장…‘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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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장거리 주행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수소전기차 양산을 결정했습니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매세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수소연료지차(FCEV) 콘셉트카 ‘i 하이드로젠 넥스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 한국·일본의 뒤를 이어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수소전기차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순수 수소전기차를 공개하고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밝힌 건 BMW가 처음이다. 앞서 독일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수소를 연료로 쓰는 모델을 선보였지만, 연료전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로 순수 수소전기차는 아니었다.

하루 뒤인 13일(현지시간)에는 한스-요아킴 로텐 필러 아우디 AG 기술 개발 이사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소전기상용차 출시를 위한 프로토 타입 모델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기술 특허권 교환을 발표한지 약 1년만으로, 4년 내에 수소전기상용차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터쇼를 기점으로 독일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수소전기차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과 일본이 양분하던 수소전기차 시장 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진짜 경쟁도 시작된 셈이다.
헤럴드경제

현대차는 ’퍼스트무버‘를 자처하며 일찌감치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2013년 1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 FCEV‘를 생산한 데 이어 지난해는 세계 최장 주행거리를 기록한 ’넥쏘‘를 출시했다. 도요타는 현대차보다 1년 늦은 2014년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혼다는 2016년 ’클래리티‘를 내놨다.

현재로선 순탄하다. 개발 착수는 일본이 빨랐지만 양산형 차량 생산과 성능 면에서는 현대차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넥쏘의 판매량(1900여대)이 미라이(1500여대)를 400대 가량 앞질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구개발 및 설비 확대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내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4배 수준인 1만1000대로 끌어올린다. 아울러 최근에는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기초선행연구소를 설립, 수소전기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건은 정부 지원이다. 우리 정부는 3대 중점 육성산업으로 수소전기차를 선정하고 올해 1월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넥쏘를 대통령 전용차로 채택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일본은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본격적인 수소사회 진입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다. 지난해말 기준 11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보급했고, 올해말에는 이를 160여개로 늘린다. 독일 역시 전역에 9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한 상태다.

반면 국내 수소충전소는 최근까지 30여개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 시장 확대의 선행과제가 인프라 구축인 만큼 정부 지원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업계에선 중국의 ’수소 굴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6년 ’수소차 발전규획‘을 발표한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인 수소전기차 연산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를 확충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중국 전기차 시장을 상기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자칫 이 분야에서도 선진국에 밀리고 신흥국에 추격당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넥쏘는 국내에서만 올들어 8월까지 총 2145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251대)보다 8배 이상 많이 팔렸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 덕분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 나아가 한국이 수소사회의 진정한 퍼스트무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올 수소사회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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