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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백지화···38년 만에 논란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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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설치 요구 이어져

여섯 차례 고배 마시게 된 셈

주민 반발에 논란 이어질 듯

환경부 "승인 조건 충족 안 돼"

중앙일보

설악산 오색지구와 끝청 사이에 설치될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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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또다시 좌절 위기를 맞았다.

환경부가 16일 남설악 오색지구인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산 위 끝청(해발 1480m)을 잇는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 결론을 내린 탓이다.

1982년 처음 사업이 추진된 이래 지난 38년 동안 여섯 번째 쓴맛이다.

정부로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주민 반발도 예상된다. 워낙 오래된 숙원사업인 만큼 당장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논란이 된 것은 국내 자연 생태계에서 으뜸인 곳인 데다 이미 케이블카가 한 곳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은 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70년에는 국내 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8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96년에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2005년 백두대간보호법에 따라 백두대간 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됐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천연기념물·생물권보전지역·유전자원보호림·백두대간보호지역 등 5겹의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는 셈이다.

설악산에는 71년 8월부터 설악동에서 권금성 사이 1.1㎞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운행 중이다.

환경단체에서는 "한 해 70만 명이 케이블카를 이용하면서 탐방객 과잉 탓에 권금성은 나무와 토양이 사라지고 바위만 남을 정도로 황폐해졌다"고 주장한다.



2015년 8월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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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권금성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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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케이블카 설치 요구는 80년대 초 시작됐다.

강원도는 82년 오색약수터와 끝청을 잇는 케이블카와 장사동~울산바위를 잇는 케이블카 설치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그해 8월 문화재위원회가 부결시켰다.

2001년에도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동과 설악산 대청봉을 연결하는 4.5㎞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 허용 여부를 환경부에 문의했으나, 환경부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2008년 5월 강원도 양양 주민들은 오색~대청봉 4.7㎞ 구간에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케이블카 노선 길이를 2㎞ 이하로 묶은 자연공원법 규정을 5㎞ 이하로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2010년 10월 국립·도립공원 자연보전지구를 지나는 케이블카의 허용 길이를 5㎞ 이내로 하는 내용으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바뀐 규정을 바탕으로 2011년 3월 양양군은 환경부에 설악산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의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상부 정류장이 대청봉에 너무 가깝고(직선거리 230m), 비용-편익 분석에서도 값이 0.915로 낮게 나와 경제성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했고,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사업을 부결시켰다.

2012년 11월 양양군은 이에 굴하지 않고 상부 정류장 위치를 변경해 재신청했으나, 2013년 9월 국립공원위원회는 또다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켰다.



중앙행심위, 양양군 손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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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집단 상경한 강원 양양지역 주민 200여명이 문화재위원회가 열린 경복궁 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변경안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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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됐던 오색 케이블카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2014년 6월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악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당시 전경련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신규 허가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산지관광특구제와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정부 정책과제에 포함했다.

2015년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7가지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승인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28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 현상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2017년 3월 양양군은 문화재청의 부결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해 6월 15일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이 케이블카 허가해야 한다며 양양군 손을 들어줬다.



갈등조정위 전문가들은 '부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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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환경단체가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제공=연합뉴스]


이에 앞서 2015년 12월 사업자인 양양군은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했다.

2016년 11월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통보했고, 양양군청은 2년 6개월 만인 지난 5월 16일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제출했다.

환경영향평가 갈등조정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작업에 들어갔고, 지난달 16일 최종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의원 12명 중에서 양양군에서 추천한 위원 4명은 조건부 동의 의사를 나타냈지만, 4명은 부동의, 다른 4명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보완이 미흡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환경부는 이 같은 갈등조정협의회 의견을 토대로 고심한 끝에 사업 부동의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16일 이 같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절차적 타당성도 확보하려 노력했다"며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제시한 7가지 조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판단 때문에 부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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