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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누군지 알아…장전 완료!” 트럼프, 대이란 보복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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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산유시설 공격 관련해 트위터에 글

미 정부 ‘이란 배후’ 뒷받침 위성사진 공개

정상회담 가능성 무산…보복전 치닫나 우려

‘호전적 수사일 뿐 대화 가능성 있어’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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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산유 시설이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이 사실상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적 공격을 시사하는 등 대이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이후 줄곧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로 치닫던 미국과 이란이 최근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양국 간 화해가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저녁 “사우디의 산유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할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검증에 따라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누가 이 공격을 일으켰다고 사우디가 생각하는지, 우리가 어떤 조건에 따라 (보복 공격 등을) 진행할지 등에 대해 사우디로부터 소식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이란이 자국 영공에 침입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드론을 격추시켰을 때도 보복 공습을 시사하며 비슷한 표현(cocked and loaded)을 사용한 바 있다. 콕 집어 이란을 ‘범인’이라고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보복할 준비가 됐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데페아>(DPA)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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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발언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사우디 산유 시설 공격 주체로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닌 이란을 지목한 바 있다. 이날 오전에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격받은 사우디 산유 시설을 담은 상업용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17개 지점이 타격을 받은데다 방향 역시 북쪽 또는 북서쪽 방향이라는 점, 드론뿐 아니라 크루즈 미사일이 동시에 다수 사용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다. 예멘은 사우디의 남쪽, 미국이 공습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북쪽·북서쪽 방향엔 이란과 이라크가 위치해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공습이 이뤄진 방향이나 규모, 정확성 등을 볼 때 후티 반군이 단독으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공격에 이란이 직접적 역할을 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제재 강화와 이에 맞서는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피습 등 미국의 이란 핵협상 탈퇴 이후 계속돼온 미국과 이란의 주고받기식 긴장 상황이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부상한 미국-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이 물건너가고 미국이 보복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유엔 총회 때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내가 ‘조건 없이’ 이란과 만날 것이라는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늘 그렇듯 잘못된 말”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정권교체’까지 외치며 ‘최대의 압박’ 정책을 고수해왔던 ‘슈퍼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전격 퇴출 등에 비춰볼 때, ‘보복 시사’는 협상 지렛대를 키우기 위한 트럼프의 전형적 레토릭(말치장)일 수도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2017년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공언해놓고 2018년 그 나라의 정상을 만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적수들을 대할 때마다 입장을 바꾼 이력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전적인 레토릭을 구사한다고 해도,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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