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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세개의 칼이 한꺼번에… 위기의 IT 사대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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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 업계의 혁신을 이끌어온 GAFA, 즉 구글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에 대해 미국 사회가 서슬 퍼런 반(反)독점의 칼을 빼들었다. 연방정부와 의회, 주 검찰 등이 가히 파상적인 기세로 '공룡'이라 불리는 이 네 업체에 대해 동시다발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거대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199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동시다발적 조사 이후 20년 만이지만, 이 네 업체의 덩치를 고려하면 이번 조사 규모는 미국에서 반독점법이 태동한 1890년 이후 100여년 만에 최고 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스마트폰 메이커인 애플,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함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자리를 놓고 다투는 아마존 모두 세계 산업계를 쥐락펴락하는 파워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업계에서는 "GAFA가 해외도 아닌 자신들을 낳고 기른 미국 땅에서 입법·사법·행정 3부의 조사를 동시에 받는 것은 사상 초유(初有)의 일"이라며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불공정의 상징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혁신에 관한 한 지구 상에서 가장 관대한 시장 경제를 자랑하지만, 그 혁신이 독점으로 변하는 순간 가차없이 응징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냉엄한 심판대 위에 오른 GAFA의 운명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입법·행정·사법 3부가 모두 조사 나서

이 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와 의회, 주 검찰의 조사는 구글 5건, 페이스북 11건, 애플 3건, 아마존 3건 등 총 22건에 이른다. 조사에 나선 기관만도 구글의 경우 48개 주 검찰을 포함해 51곳, 페이스북이 57곳, 애플이 2곳, 아마존이 3곳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 5월 미국 법무부가 구글·애플을, FTC(연방거래위원회)가 아마존·페이스북을 조사하기로 했고, 지난달 초에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이 4개 기업에 대한 의회 조사권을 발동키로 했다.

조선비즈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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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에는 미국 48개 주 검찰이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월·지배적 시장 지위를 남용해 시장 경쟁을 훼손하고, 경쟁 기업과 소비자에게 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 인터넷 광고 업체와 불공정한 경쟁을 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구글의 광고 시장 독점력이 높아지면서 광고주는 선택지가 줄어들고, 광고료 부담은 늘어났다. 스마트폰 5대 중 4대가 탑재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독점 공급하면서 자사 앱(응용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강제로 쓰게 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5년간 인스타그램와츠앱 등 90여개에 이르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시장에서 잠재적인 경쟁자의 씨를 말려왔다. 사실상 서비스 선택권이 사라진 사용자로부터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이를 외부 마케팅 업체에 함부로 넘겨주는가 하면 자사 인터넷 광고 사업에 활용하면서 경쟁 인터넷 광고 업체를 고사시켰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자사 모바일 제품을 위한 앱과 콘텐츠 판매를 '앱스토어'와 '아이튠스'를 통해 독점하면서 자사 앱과 콘텐츠를 우대하고 타사 앱과 콘텐츠는 차별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30%에 달하는 과도한 판매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앱 제작자를 착취하고 소비자는 더 비싼 값을 주고 앱을 사야 하는 피해를 줬다는 의혹도 있다. 아마존은 자사 사이트에서 물건을 파는 입점 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마존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파는 업체의 아마존 입점을 막는 등 전형적 '갑질'을 일삼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GAFA 때리기' 경쟁 벌어진 美 정치권

이 4개 기업의 독점 문제는 미국 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왔다. 구글은 2013년 타 웹사이트의 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하고, MS의 빙(bing)이나 야후 검색과 제휴한 웹사이트를 자사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로 FTC의 조사를 받았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문제로 FTC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벌금까지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연방정부와 의회, 주 사법부 등이 총망라된 일제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1998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의 독점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연방정부의 조사와 20개 주 검찰의 조사가 별도로 이뤄졌고, 미국 의회는 창업주 빌 게이츠를 청문회에 불러세웠지만 의회 조사권을 발동하지는 않았다.

IT 업계에서는 "초유의 동시다발적 조사가 가능해진 것은 이 기업들의 시장 독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산업계나 시민사회를 넘어서 정치권 전반에까지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미국 대선을 계기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구글·페이스북·애플이 지배하는 인터넷 서비스상에서 가짜 뉴스와 흑색선전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불만을 쌓아왔다. 이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 정작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는 인색하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구글·페이스북·애플·아마존 문제에만큼은 민주·공화 양당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주 정부 검찰은 연방 정부가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며 불만이고, 의회는 또 의회대로 (선수를 뺏길까 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이 4개 기업은 대규모의 벌금 및 법적 규제를 받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기업 분할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정철환 기자(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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