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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9·13대책 1년…재건축서 신축으로 옮겨 붙은 상승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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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 1.24% 하락

최근 실거래가 상승 움직임

강남권 입주 5년 미만 신축 '신고가' 행진

이데일리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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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년 만에 서울 아파트값 흐름이 달라졌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 전후 1년간의 서울 아파트값 등락률은 8.5% 상승(한국감정원 집계, 2017년 9월11일~2018년 9월10일)에서 1.2% 하락( 2018년 9월10일~2019년 9월9일)으로 반전했다. 대출 규제와 세금, 3기 신도시 등 수요와 공급을 총망라한 9·13대책은 그만큼 강력했다.

다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1년 간의 수치 자체는 하락이지만 최근 시장 흐름은 정부의 기대와 다른 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숨죽였던 서울 주택시장은 지난 3월께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바닥을 확인했고, 이제 입주한 지 5년 안팎의 신축 단지까지 오름세를 나타낸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명제가 틀리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이유다.

◇상승 폭 좁혔지만…신고가 행진은 ‘여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가 9·13 대책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은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이후 1년 동안 1.24% 떨어졌다. 같은 기간 KB리브온 기준 2.91%, 부동산114 기준 2.07% 각각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점을 고려해도 대책 발표 이전 1년에 견줘 집값 상승 폭이 둔화했다.

하지만 서울 집값 흐름은 다시 위를 향하고 있다. 지난 3월 세금 부과 기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등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하나씩 제거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기 시작했고, 한강변 아파트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감정원 조사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32주 연속 내렸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섰고, 9월 둘째 주 현재 11주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실거래가 역시 높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실거래가 평균 값은 6억6603만원(2017년 9월~2018년 8월)에서 7억5814만원(2018년 9월~2019년 8월)으로 13.8% 올랐다.

주택 매매값 오름세가 뜨거운데도 주택시장 거래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상반기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4만21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6.0% 급감하며 2012년 상반기 3만9334건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2% 줄어든 31만4108건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4월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한 이후 매물 자체가 적다보니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계속되면서 몇 건 안 되는 시세가 매매가로 굳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5월 이후 본격 반등장에 접어들면서 시장 참여자의 집값 하락 체감도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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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책 ‘분양가 상한제’에 불붙은 청약 시장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달아올랐던 청약시장 열기는 식는 듯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따르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4.4대 1에서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12.9대 1로 떨어졌다. 총 청약자 역시 같은 기간 243만909명에서 169만2027명으로 30.4% 줄었다. 서울 역시 청약자 수가 21만4063명에서 19만1301명으로 감소했다.

청약 열기가 전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대구·대전도 청약자 수와 함께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구는 44.2대 1에서 26.9대 1로, 대전은 79.5대 1에서 33.8대 1로 각각 평균 경쟁률이 낮아졌다.

이 열기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이었다. 되살아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과 나날이 높아지는 분양가를 잡으려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발표가 공급 위축 우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은평구 응암2구역을 재개발하는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은 이달 초 2차 분양에서 평균 경쟁률 75.43대 1로 앞서 2년 전 1차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 9.82대 1을 훌쩍 뛰어넘었다. 분양가가 1차 당시보다 30~40%가량 높은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신축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동작구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은 청약경쟁률이 평균 203.75대 1로 2년만에 서울에서 최고 청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입주한 지 5년 안팎인 신축 단지인 종로구 ‘경희궁자이2단지’, 성동구 ‘옥수파크힐스’, 용산구 ‘용산e편한세상’, 양천구 ‘목동힐스테이트’ 외에 성북구 길음뉴타운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장위뉴타운 ‘꿈의숲아이파크’ 등 뉴타운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원칙에 입각한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억누르다보니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고 거래 절벽 등 이상 현상만 나타난 데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불안 요인이 더 많아졌다”며 “유동성이 풀려있는 상황에서 서울 일부 지역으로 쏠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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