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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장고에 갇힌 지상파 음방, 유튜브로 탈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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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요''가요톱텐'부터 개인채널까지 2535세대 공원화

연합뉴스

SBS 인기가요 유튜브 채널
[유튜브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상파 음악방송(이하 음방)은 '1세대 아이돌'을 가장 손쉽게 만나는 몇 안 되는 플랫폼이었다.

최근에는 아이돌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로 세계 곳곳의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인만큼, 음방은 과거만한 파워를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박물관 수장고 유물처럼 묻히나 싶었던 1세대 아이돌들 음방이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타고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25~35세가 주로 모이는 채널이라 해서 그 이름도 '온라인 탑골공원'이다.

가장 큰 공원 규모를 자랑하는 건 역시 SBS가 운영하는 '인기가요'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구독자 16만7천명)이다.

이 채널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맘카페 등지에서 회자하면서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실시간 접속자 수가 배가하다가 지난달 말에는 2천200만명까지 찍었다. 최근에도 7천~8천명 수준을 유지 중이다.

채널의 엄청난 인기에 SBS는 아예 1998~1999년 방송을 보여주는 1채널과, 2000~2001년 방송을 트는 2채널로 채널을 분리하기도 했다. 각 채널 운영자들까지 '공원지기'로 불리며 팬들의 호응을 얻는다.

SBS 관계자는 17일 "내년 SBS 창사 30년을 앞두고 여러 프로젝트를 구상하다가 우리가 가진 K팝 콘텐츠를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유튜브를 활용하게 됐는데 반향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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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가요톱10
[유튜브 화면 캡처]



KBS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추억의 음방 '가요톱10' 자료를 활용한 유튜브 채널 '어게인 가요톱10'을 개설했다. 구독자도 7만명을 넘어섰다.

KBS 관계자는 "최근 구독자가 늘었다. 우리 채널에도 실시간으로 '가요톱10'을 틀어달라는 요청이 매우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KBS는 오는 12월 '연말특집 창고대방출'도 기획 중이다. 관계자는 "우리 방송사의 경우 곡별 클립이나 큐레이션이 잘된 편이라 그것만으로도 레트로 음악 영상을 즐길 환경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에 이어 넷플릭스 등 공룡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기업, 유튜브 등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지상파로서는 내부 일각에서 값진 콘텐츠를 헐값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넘겨버린 게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튜브 외에 활성화한 24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 아쉬운 장사임을 알면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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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TV
[유튜브 화면 캡처]



방송사가 운영하는 채널 외에 유튜브 개인방송도 인기다.

1990~2000년대 음악 무대 영상을 스트리밍하고 음반 리뷰를 해주는 'Jay TV'는 개인 방송임에도 구독자 12만명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이어간다.

유튜브 관계자는 복고음악 채널 열풍에 대해 "복고 음악 콘텐츠들은 시청자들에게 과거의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또 같은 시간을 추억하는 사람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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