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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용희, 철탑에 갇힌 100일 “힘들 땐 전태일 열사 떠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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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 노조하다 해고…단식에 30kg 빠진 뒤 회복

노조 파괴 사과·복직 요구

“최종 책임 이재용 구속돼야”

경향신문

17일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100일째 고공농성 중인 서울 강남역사거리 철탑 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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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60)가 서울 강남역사거리 25m 폐쇄회로(CC)TV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17일로 100일을 맞았다. 노조활동을 하다 24년 전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에서 해고당한 김씨는 삼성의 사과와 복직을 요구한다.

김씨는 철탑 위에서 휴대전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의 상고심 파기환송 선고를 지켜봤다. 김씨는 이날 오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법관의 양심에서 벗어난 2심 선고를 대법원이 바로잡았다”며 “국정농단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저지른 범죄만 따져봐도 이 부회장은 반드시 구속돼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1982년 12월 삼성항공 창원1공장에 입사해 경남지역 삼성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다 1995년 5월 해고됐다.

지난 6월3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다. 같은 달 10일 서초사옥이 보이는 철탑 위로 올라갔다. 김씨는 7월27일까지 55일 단식을 이어갔다. 몸무게가 30㎏ 빠졌던 김씨는 밥을 반 공기씩 하루 2끼를 먹으며 몸을 회복하는 중이다.

“삼성의 ‘노조 파괴’는 이 부회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어요. 아버지에게 경영권과 재산을 승계받았으면 과거 잘못된 범죄까지 책임져야 진정한 승계죠.”

지난달 29일 상고심 선고 후 삼성전자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할아버지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되풀이하던 얘기”라고 했다. “삼성이 말보다는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과거 ‘무노조 경영’으로 벌어진 노조 파괴부터 사과하고 해고노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김씨는 삼성을 계속 다녔다면 정년퇴직일인 지난 7월10일을 고공에서 맞았다. 추석 연휴도 철탑에서 보냈다. 김씨의 노조활동 시절 아버지는 삼성의 감시에 시달리다 행방불명됐고, 어머니도 쓰러진 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졌다고 한다. “추석 같은 명절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생각에 견디기 힘듭니다. 정년퇴직일이 지난 뒤로 삶에는 의미를 두지 않아요. 삼성의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만이 남은 삶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김씨가 얼굴을 닦으면 강남역사거리의 매연과 먼지가 연탄재처럼 까맣게 묻어나온다. 낮에는 햇빛에 의지해 책을 읽지만 밤이 되면 불빛이 없어 휴대전화 화면만 들여다본다. 철탑 아래 농성 천막에서 매일 보조배터리, 물, 음식 등을 줄로 묶어 올려보낸다.

김씨는 <전태일 평전>을 여러 차례 읽고 있다고 했다. “(복직 투쟁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전태일 열사를 보면서 마음을 다져요.”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67)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민중공동행동’과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을 재구속하라고 주장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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