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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 돼지열병 파주서 첫 발병…앞으로 1주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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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멧돼지가 옮겼을 가능성

치료약 없어 4700마리 살처분

연천서도 신고, 48시간 이동중지

첫날 돼지고기 경매가 33% 뛰어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한 돼지농장. 이날 오전 6시30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폐사율이 80~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이다. 농장 진입로에는 가축위생방역본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200여m 떨어진 도로변에 있는 농장 앞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방역 당국자들이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 농장 대표 채모(59)씨는 “매일 농장을 방역소독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막기 위해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먹이지도 않았는데 왜 발병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하는 야생 멧돼지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농장을 운영하는 가족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 4명도 올 들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고 이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이 아닌 네팔 출신”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의사를 통해 고열 증상으로 폐사한 어미돼지 5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는 16일 오후 6시쯤 곧바로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며 “초동방역 대책이 잘 추진돼 추가 발병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감염 후 4~7일 사이 증상 주로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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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17일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한 돼지의 매립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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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장은 어미돼지(모돈)로부터 어린 돼지(자돈)를 생산하는 농장으로, 어린 돼지가 생후 10주가량이 되면 가족이 운영하는 비육 농장 2곳으로 돼지를 옮겨 왔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이날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450마리와 이 농장주의 아들이 운영하는 파평면 소재 농장 돼지 1400마리, 아내가 키우는 법원읍 농장 돼지 850마리 등 모두 470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가족이 운영하는 두 농장은 연다산동에서 각각 20㎞, 19㎞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파주 전 지역 돼지 농가의 이동제한 조치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방역을 벌이고 있다. 파주 발생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돼지 농장이 없으며, 3∼10㎞에 19개 농가가 1만8380마리를 사육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또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리고 전국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48시간(17일 오전 6시40분 기준) 동안 가축 등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발병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농장은 북한과 10㎞, 북한과 이어지는 한강과 3㎞, 임진강과 6㎞ 정도 거리에 불과해서다. 북한에서는 지난 5월 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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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아시아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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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올 초부터 노동신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기사가 수차례 보도됐고, 북한 방역 당국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확산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해 현재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남은 음식물의 양돈농가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향후 전국 양돈 농가 6309호의 일제소독과 의심 증상 발현 여부에 대한 예찰도 진행할 계획이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48시간 내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힐 예정이다.

감염된 고기 먹어도 사람에게 해 없어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한번 감염되면 대부분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한번 발병하면 살처분 외엔 대처 방법이 없어 양돈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감염 후 4~7일 가장 많이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향후 일주일을 고비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면서 돼지고기 경매가격이 지역에 따라 30~60% 뛰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확산할 경우 소비자가도 급등할 수 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당 6058원으로 전날(4558원)보다 32.9% 올랐다. 파주에서 가까운 수도권 도드람 공판장 경매가는 전날보다 ㎏당 59.8%나 오른 6658원이었다.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오후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의 한 돼지 농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질병이 주변 지역으로 퍼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인체에는 무해하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사람에게 감염될 우려가 없는 만큼 돼지고기 섭취를 꺼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파주·세종=전익진·최모란·허정원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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