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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찬란했던 고대사 재조명… ‘가야 특별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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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칼과 현’ 전시회 12월3일 개최 / 전시회 전 이례적 간담회 연 박물관측 / “유물 1000여점 출품… 상당히 공 들여” / 정부도 큰 관심… 중요 유물 보물 지정 추진 /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로 정해 / 역사학계서도 심층연구 활발히 진행 / 그동안 소외됐던 호남 동부에 눈 돌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중박)에서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기동 관장은 12월 개최되는 전시회의 방향을 설명하며 “가야는 좁은 땅에서 각각의 왕조를 유지하며 공존과 화합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중박의 역량이 집중되는 특별전이 마련되고, 개막일에 맞춰 기자간담회가 열리기도 하지만 추진위를 만들었다며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었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이후 국정과제로도 정해진 뒤 지난 2년여간 전에 없이 활발해진 가야사 연구, 복원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각종 전시회 개최는 물론 사료 정리, 문화재 지정, 각종 학술대회 개최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부산, 김해, 창원 등 중심지였던 영남의 가야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졌던 호남의 가야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가야 르네상스’를 위하여

중박이 가야 주제의 종합전시를 여는 것은 1991년 ‘신비의 고대왕국 가야’ 이후 28년 만이다. 제목 ‘가야본성’(加耶本性)에는 가야의 정체성을 소개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부제인 ‘칼과 현(絃)’은 가야 문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다. 칼은 가야를 지킨 철, 무력을, 현은 가야금과 문화, 조화를 의미한다. 12월 3일 개막하는 전시회에는 1000여점의 유물이 출품되고, 시조인 김수로와 허황옥 전설을 영상으로 구현한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함께 살다’, ‘세우다’, ‘지키다’, ‘번영하다’ 등으로 소주제를 나눠 가야사를 소개할 예정이다. 배 관장은 “가야를 주제로 한 종합전시는 한 세대는 지나야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한 공을 들인 전시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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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보물로 지정된 가야의 금동관(2018호)


국가지정문화재 정책에서도 가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드러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가야문화권에서 출토된 중요 유물의 보물 지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37건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이 중 부산 복천동에서 출토된 철제갑옷(보물 2020호)과 청동칠두령(〃 2019호), 경북 고령 지산동에서 나온 금동관(〃 2018호)이 지난 3월 보물로 지정됐다. 지난 2월에는 ‘창녕 계성 고분군’(사적 547호)이, 지난해 3월에는 각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542호)이 사적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지난 7, 8월 전북 지역에서 확인된 최대 규모 가야고분군인 ‘장수 동촌리 고분군’과 아라가야의 중심지로 보이는 ‘함안 가야리 유적‘을 사적으로 지정예고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이후 2년간 ‘가야’로 시대구분되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거나, 지정예고된 유물, 유적이 모두 7건이라는 점은 이전 2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문화재청은 김해 대성동 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등 영·호남의 가야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지난 7월 정하기도 했다.

◆‘지역 통합의 디딤돌’, 호남으로 눈돌린 가야사

최근 가야사 연구의 뚜렷한 흐름 중 하나는 대상 지역이 호남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박 ‘가야본성’ 특별전의 키워드 ‘공존과 화합’은 가야가 다른 고대국가와 달리 중앙집권화를 이루지 않고 연맹체라는 형식 아래 참여 세력이 독립성을 유지하며 어울렸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의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세력의 참여로 대가야의 확장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가야사를 통한 영·호남의 화합’이라는 현재적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중박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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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출토유물. 남원을 비롯해 진안, 장수, 무주 등의 호남 동부지역에서 영남에 못지않은 가야와 관련된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과 관련해 주목받는 곳이 진안, 장수, 무주, 남원, 순천 등 호남 동부지역이다. 백제, 가야, 신라 삼국의 접경지로 영역확대, 교통로 확보 등을 위한 각축이 벌어지기도 했던 곳이다. 그간의 연구에서는 마한 이래 백제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발굴 조사를 통해 가야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 조명일 책임연구원은 “호남에서 발견된 가야와 관련된 고분은 400여기로 영남의 가야 고분군과 비교해도 규모나 밀집도 등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100여기가 발견된 봉화 유적은 영남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호남의 가야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어 갈 길이 멀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존, 정비가 거의 안 되어 있다. 또 경작, 묘지 조성, 발전 시설 설치 등으로 훼손된 곳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양숙자 학예연구관은 “지금까지는 큰 관심을 받았던 곳이 아니어서 보존, 정비가 덜 된 곳이 많다”며 “가야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예산·인력 등의 투입이 이어지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영·호남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 두 지역에 걸쳐 있는 가야 유적이 많아 함께 발굴하는 것이 가능하고, 공동의 관광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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