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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2막] 수리 수리 마술이~ 고장난 장난감 되살리는 토이 할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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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장난감 박사’들이 고친 장난감을 들고 있다. ‘장난감 박사’ 후배를 양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동심을 지키는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게 이들의 바람이다. 왼쪽부터 하국환 이강렬 김성수 장희철 권영섭 이재원씨.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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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요타요 타요타요, 개구쟁이 꼬마버스~’ ‘탕탕! 쓰윽쓰윽 위잉위잉’ 지난 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빌딩. 1층의 가장 구석진 사무실에서 인기 만화 주제가와 핸드드릴, 둔탁한 망치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장난감과 택배상자가 쌓여있는 8평 남짓한 조그마한 방 한쪽에는 6명의 할아버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장난감을 살펴보고 있었다.

김성수(73)씨가 ‘국민 모빌’로 불리는 A사의 모빌을 뒤집어 건전지함 뚜껑을 열자 녹이 슬어 까맣게 변해버린 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전지 누액이 많이 나와 단자가 부식됐는데, 이 정도면 단자 자체를 바꿔줘야 해요.” 그가 책상 서랍 한 켠에서 반짝거리는 금속판을 꺼내 단자 모양대로 잘라 넣고 건전지를 끼우자 언제 고장났냐는 듯 다시 멜로디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망가진 장난감이 새로 태어나는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다. 평균 나이 67.8세의 ‘장난감 박사’ 할아버지들은 이곳에서 수리비를 한 푼도 받지 않고 고장난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은퇴전 직업은 다르지만 '한마음'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는 2015년 1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섯 사람은 모두 왕년엔 장난감과 전혀 관계 없는 분야에서 일을 해왔지만, 지금은 ‘고장난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동심도 지킨다’는 마음으로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연구소 맏형인 김성수씨는 30년 가까이 바다를 지켜왔다. 1999년 해군 원사로 전역한 뒤 자동차 운전학원 강사 등으로 일하다가 2015년 지인의 소개로 연구소 창립멤버가 됐다. 현역 시절부터 기술이 필요한 일은 도맡을 만큼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지만, 처음 장난감을 고치기 시작했을 땐 긴장도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국환(66)씨는 1974년 당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2012년 근로복지공단 인천지사장으로 정년 퇴직했다. 2015년 연구소 출범 당시부터 사무국장을 맡아 각종 사무업무부터 수리용 부품 구매 등 연구소의 크고 작은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또 다른 창립멤버 장희철(70)씨는 인천 정석항공과학고에서 교편을 잡다가 2011년 퇴임했다. 2012년 연구소의 전신 격인 ‘키니스 장난감병원’에서 수리를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한다. 반평생 학생들에게 항공기 엔진 수리 방법을 가르쳐 온 그였지만, 엔진 크기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장난감 수리가 쉽진 않았다. 장씨는 “둘은 크기뿐 아니라 작동 원리도 완전히 다르다”며 “장난감의 기본을 이루는 전자 분야가 익숙하지 않은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강렬(65)씨 역시 정석항공고 항공정비과에서 항공기 정비ㆍ수리 이론과 실습을 가르친 선생님이었다. 2017년 정년퇴임을 한 뒤 먼저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던 장씨의 추천으로 그해 합류했다.

권영섭(69)씨는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2012년 인천 송도고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뒤 이듬해 장난감 병원을 접하게 됐고 2015년 연구소의 원년 멤버가 됐다. 같은 교사 출신인 장희철ㆍ이강렬씨와 달리 평교사 시절 체육을 담당해 수리와는 거리가 먼 데다 김성수씨처럼 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다른 장난감 박사들의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웠다. 권씨는 “나 같은 사람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기능이 멈춘 장난감이 움직일 때의 쾌감은 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스스로를 ‘인턴’이라고 소개한 이재원(63)씨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가장 막내다. 지난해 8월 인천 사리울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뒤 그해 12월 같은 교장 출신인 권영섭씨의 소개로 연구소에 들어왔다. 아직 일이 손에 익진 않았지만 기초단계부터 배우며 차근차근 배우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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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 사무실’에서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권영섭씨가 방금 수리를 끝낸 모빌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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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율 95%의 장난감 전문가

6명의 장난감 박사들은 깨진 장난감이나 컴퓨터 장난감, 방수 처리가 된 물놀이용 장난감, 인형처럼 바느질이 필요한 장난감을 빼고는 “못 고치는 게 없다”고 자부한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리접수를 받고 택배로 도착한 장난감을 고친 뒤 다시 아이들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전국에서 몰려드는 고장난 장난감의 수가 하루 30~40여 개에 이른다. 한 번 이용해 본 부모들이 단골이 되고 인터넷 맘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사무실에 도착하는 택배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자랑 같은 하소연이다. 장난감 상태에 따라 수리 시간은 30분에서 3시간까지 천차만별이지만 하루 평균 20~30여개의 장난감이 이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다. 수리율은 95% 수준이다.

가장 많은 수리 의뢰가 들어오는 장난감은 모빌이다. 이날도 비슷한 모양의 모빌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장희철씨는 “나도 손녀가 있지만 (모빌이) 없으면 아이들이 계속 울어 부모들이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다른 장난감보다도 모빌을 특히 빨리 고쳐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평생 고생했으니 은퇴 후 쉬어도 될 텐데 왜 굳이, 그것도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느냐’는 우문에 장난감 박사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요즘엔 65세, 70세도 많은 나이가 아니에요. 몸도 건강한데 집에만 있으면 뭐해. 이렇게 나와서 장난감도 고쳐주고 하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해요. 그리고 고장 났다고 그냥 버리면 환경이 오염되는데 고쳐 쓰면 환경에도 좋으니 일석이조잖아요.” 이강렬씨의 현답이다.

장난감 박사들은 댓글이나 편지 등을 통해 감사인사와 응원 메시지를 받을 때, 그리고 고쳐준 장난감을 갖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이재원씨가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 하나를 보여줬다. ‘감동 받아 눈물이 난다. 좋은 일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한 아기엄마의 문자였다. 이씨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힘들었던 것도 잊어버린다”며 “오히려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됐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가끔은 사기를 꺾는 일도 생긴다. 택배 발송 과정에서 장난감이 분실될 경우 ‘잃어버렸으니 새로 사달라’거나, 고쳐 보냈더니 ‘원래 잘 되던 기능도 안 된다’는 악플이 달리면 힘이 빠진다.

머리를 맞대고 살펴봐도 고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 권영섭씨는 “택배가 강남에서는 거의 안 온다. 의뢰자 대부분이 서민이고, 장난감이 고칠 때가 됐다는 건 몇 차례 이상 대물림 됐다는 의미인데 못 고치게 되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이런 부분을 줄이고 싶어 더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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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 사무실’에서 교사 출신인 이강렬씨가 고장난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여럿이 머리를 모아 고치기 어려운 장난감을 수리했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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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박사의 꿈

물론 수리가 쉽진 않다. 모두 이순(60세)을 훌쩍 넘겼고 연장자들은 어느덧 종심(70세)을 넘긴 나이에 하루 6~7시간씩 조그만 장난감 부품과 씨름하며 일하다 보니 어깨와 팔, 눈까지 성할 날이 없다. 최근 들어 구조가 복잡한 장난감이 많아지면서 골머리를 앓는 날도 종종 발생한다. 김성수씨는 “5년 가까이 수리를 하니 이제는 꽤 요령이 생겼지만, 새로 개정되는 장난감이나 외국산 장난감은 고치기 까다로워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밥벌이를 위한 일은 아니지만, 택배비를 제외하고는 수리비를 받지 않다 보니 재정도 넉넉할 리 없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부품비까지 사재를 털어야 한다. 2015년 창립 당시에는 한 독지가로부터 공간과 부품비 등을 지원 받았지만 이후 후원자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사무실을 세 차례나 옮겨 다녀야 했다. 네 번째 둥지인 지금 사무실은 올해 3월 자리잡았는데 장난감 박사들이 각자의 주머니에서 갹출해 보증금과 월세를 내는 상태다. 하국환 사무국장은 “간혹 연구소 합류를 문의하는 연락이 오지만 책상 하나 더 놓기도 어려운 장소 탓에 ‘넓은 곳으로 이사가면 연락 드리겠다’며 청을 물리치고 있다”며 “넉넉한 공간이 있으면 더 많은 연구원도 양성하고 편하게 수리에 몰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2017년부터는 연구소의 사회적 목적과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인천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받아 지자체로부터 소액 지원을 받고, 한 달에 서너 차례 전국 지자체나 외부 기관 주최 행사에 ‘출장’을 나가 받는 참가비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수리를 맡겼던 사람들이 감사의 뜻으로 소액이나마 후원금을 보내주는 것 역시 힘이 되고 있다.

할아버지들의 ‘토이스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장난감 박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해요. 아이들에겐 장난감이 친구잖아요. 친구가 병이 나거나 아프다고 버릴 수 있겠어요? 병이 나은 친구를 보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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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 사무실에서 연구소 막내인 이재원씨가 한 장난감 수리 의뢰자로부터 받은 감사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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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 사무실에서 항공과학고 교사 출신의 이강렬씨가 고장난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낡거나 못쓰는 장난감을 기부하는 것도 연구소에는 큰 도움이 된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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