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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여름휴가만 20일 프랑스…"쉬어야 생산성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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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노동자와 자영업자들 장기 휴가

긴 휴가에도 노동 생산성 높아…일과 휴식의 균형 중시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프랑스 여행객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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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김채인 통신원 = 프랑스 직장에서 업무 외에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주제는 무엇일까. 공식 통계자료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경험상 아마 휴가 이야기가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여름 휴가를 가기 위해서 프랑스인들은 5~6월부터 계획을 세우고 날씨가 슬슬 더워지는 7월이 되면 한두 명씩 휴가를 가기 시작해 8월 중순엔 회사 전체가 텅텅 비는 일이 흔하다.

휴가를 가기 전엔 여행 계획에 대해, 다녀와서는 여행지가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곳을 다녀온 동료가 있으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거기 가봤냐' '뭐 먹어봤냐' '나는 어디 어디 갔다' 등등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대화가 꽃핀다. 점심 식사 후 옹기종기 모여 커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매우 일상적이다.

프랑스인들의 여름 휴가(바캉스)는 긴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 휴가를 2주 가면 "왜 그리 휴가를 짧게 가냐"며 신변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여름에 보통 최소 3주는 쉰다.

직장인이 3주를 쉰다는 건 곧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인지 프랑스 사람들은 세계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한때 쿠바 여행 붐이 불어서 한 직장의 부서원 모두가 한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쿠바 여행을 한 사례도 있었다. 한결같이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쿠바의 공중화장실 앞에선 휴지를 딱 1회용만 나눠준다는 사실을 꼽아서 웃음 바다가 되었다. 심지어 북한 여행을 했다는 이도 있었으니 프랑스 사람들이 지구상에 가지 않는 나라는 대체 어디인가 싶다.

휴가자들이 많은 8월 초부터 3주 정도는 아예 문을 닫는 회사들도 많다. 시내가 텅 비어 업무량이 적어지는 8월에 직원들의 휴가를 쓰게 하려는 회사 간부들과 비행기 요금이 좀 더 저렴한 9월~10월에 휴가를 쓰고 싶은 직원들 간의 묘한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녀가 없는 젊은 직원들은 굳이 비싸고 사람 붐비는 성수기에 휴가를 쓰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도 1년간 5주의 휴가는 꼭 지키려고 한다. 특히 8월에 최소 3주 정도는 거의 모든 소규모 가게들이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난다.

파리의 경우 워낙 임대료도 높고 여름에도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니 8월에도 문 닫은 상점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근교 도시에만 나가보아도 빵집, 서점, 옷가게, 부동산 등 업종을 막론하고 8월엔 문을 닫고 푹 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놀아서 언제 일을 하나 싶지만 3~4주간의 여름 휴가 후 9월부터 프랑스인들은 다음 해 사업 계획을 바짝 세우고 업무에 집중한다. 1년에 다만 몇 주라도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머릿속을 비웠기에 집중이 가능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년 내는 통계에서도 프랑스의 업무 생산성이 상위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을 노동자들의 총 노동시간으로 나누어 시간당 GDP를 계산한 지표에서 OECD 가입 36개국 중 프랑스가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9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7년 기준 29위다. 긴 휴가는 개인의 휴식과 일의 균형을 찾으려는 프랑스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연결된다. 그 철학을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인생을 소중히 여긴다는 독특한 자부심도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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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주요국 노동시간당 GDP비교© <김채인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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