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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강 근처 농부가 고혈압 앓는다면, 의심해야 할 무서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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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31)



팔·늑골·골반·대퇴골 등 여러 곳에 골절이 나타난다. 기침만 해도 골절이 될 정도로 뼈가 약해지고, 뼈의 위축으로 키가 20cm 이상이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무슨 병일까? 이것은 일본에서 일어난 공해병으로 1968년이 되어서야 규명이 되었던 ‘이타이이타이병’, 카드뮴 중독에 해당한다.

카드뮴 중독은 카드뮴에 저농도로 2년간 노출돼도 나타날 수 있으며, 고혈압, 폐부종, 골연화, 신장병(당뇨·단백뇨·아미노산뇨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고혈압, 당뇨, 단백뇨와 같이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과 같이 나타나기도 하기에 자세히 직업력을 파악하지 않으면 카드뮴 중독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질환인 것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카드뮴 중독, 고혈압·신장병 동반



중앙일보

카드뮴 중독으로 고혈압, 폐부종, 골연화, 신장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흔한 질병으로 여겨 자세히 직업력을 파악하지 않으면 카드뮴 중독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질환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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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콩팥이라고도 불리며 좌우 양쪽에 하나씩 존재한다. 신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시키고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나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신장 속으로 들어온 혈액은 사구체라는 가는 모세혈관 다발을 거치면서 물과 전해질, 그리고 각종 노폐물을 걸러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변은 세뇨관을 지나 신우로 흘러들어가고, 신우에 모인 소변은 요로를 거쳐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요도를 따라 몸 밖으로 배출된다.

말기 신부전(ESRD) 환자의 수가 최근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말기 신부전 환자의 수는 인구 증가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계속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0위 정도의 높은 유병율을 보인다. 또한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고령 환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부전증의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며 사구체 여과율이 정상인의 6분의 1인 20mL/min 이하가 되어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요독증의 증세로 내원했을 때엔 이미 말기 신부전에 이른 경우가 많다. 말기 신부전환자는 평생 투석을 받거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며 이식을 받더라도 면역 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만성 신부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당뇨와 고혈압이 신부전으로 이행하는 가장 많은 이유이기에, 우선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국이나 찌개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담배는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식습관 이외에도 주 3회 이상 30~40분씩 적절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혈압과 당뇨병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신장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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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근처에 사는 농부나 그 가족, 니켈-카드뮴 2차 전지 등의 재료를 취급해온 노동자는 고혈압과 단백뇨가 발견되면 카드뮴 노출이 이루어지지 않게 조처를 취해야 한다. [사진 pix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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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가 카드뮴이다. 카드뮴의 직업적인 노출로 신부전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일반적으론 카드뮴의 노출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당뇨·고혈압의 치료만 받게 되며, 결국 신부전으로 이행되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하게 된다.

카드뮴은 사람에게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키는 독성이 큰 전이금속이다. 카드뮴은 녹는 점과 끓는 점이 낮고, 길게 늘어나는 연성과 얇게 펴지는 전성이 크며, 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무른 청백색의 금속이다. 카드뮴은 전성과 연성이 크므로 가공하기 좋고 부식에 견디는 내식성이 강해 합금을 하면 강도가 높아지므로 배터리 제작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한다. 녹는 점이 낮아 쉽게 만들 수 있으나 독성이 매우 강해 체내에 잘 축적되고 잘 배출되지 않으며 증기는 매우 유독해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카드뮴은 또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인체 발암 물질(Group1)’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인체 발암 유력 물질(GroupB1)’로 분류하는 발암물질로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카드뮴 분진이나 연무에 흡입 노출된 경우 기침· 가슴 압박·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과 두통·피로·극도의 안절부절·경련 등의 신경계 증상, 그 외 구강 건조·구토·메스꺼움·복통 및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일으킨다. 기관지염·폐기종·과민성 폐렴·폐 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카드뮴 화합물을 삼키면 지속적 구토, 설사, 복통, 급성위장염, 타액 분비, 질식, 심한 구역증, 시력 불선명, 어지럼증, 간·신장손상을 가져온다.

특히 강 근처에 사는 농부나 그 가족, 20년 이상 거주한 사람, 강철의 부식 방지를 위한 도금·니켈-카드뮴 2차 전지·다양한 색의 안료·플라스틱 안정제·브라운관 TV의 인광체 등의 재료를 취급해온 노동자는 고혈압과 단백뇨가 발견되면 가능한 한 카드뮴 노출이 이루어지지 않게 조처를 취해야 한다.



신부전 환자, 카드뮴 노출 차단해야



말기 신부전의 경우 혈액 투석이나 복막투석 등을 해야 한다. 신장 이식을 받으면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많이 받게 되고 환자의 삶의 질이 나빠진다. 신부전 초기에 발견해 신부전 발생원인인 카드뮴 노출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업장 주치의를 통해 사업체에서 카드뮴의 노출이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고, 카드뮴 노출이 기존 질환과 결부돼 신부전으로 발전할 개연성은 있는지 사전에 살피고,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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