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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T단상]유튜브는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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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유튜브가 어떻게 브라질을 과격화(극우화)했나?'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뉴욕타임스 탐사보도 기사(지난 8월 11일자) 내용은 대략 이렇다. 작년 10월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불과 몇해 전만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유튜브에 인종차별,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음모론 등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 내용을 지속적으로 발언했고,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며 지지율이 급상승해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이 기사의 분석대로라면 그는 유튜브 덕택에 대통령에 선출된 세계 최초의 인플루언서인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이 되는데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기사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마테우스 도밍게스라는 청년도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기타 연주에 관련된 영상을 찾다가 알고리즘이 추천한 보우소나루와 연관된 콘텐츠를 접하면서 그를 광적으로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알고리즘이 처음부터 극우음모론적 영상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건강·역사 등 브라질의 보편적 관심사항에 먼저 장르가 형성되고, 그 장르에 속한 동영상 채널 중에 극우음모론적 채널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단계를 밟아 점점 특정한 방향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세계 19억명 사용자가 1분에 400시간 분량의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한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콘텐츠 이용패턴을 분석해 최적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알고리즘이라는 기계적 시스템은 공정하고 중립적일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개발자 주관이나 왜곡된 사회현상 등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 체류시간을 70% 이상 늘렸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처럼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보우소나루 대통령 사례처럼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꾸 추천하게 될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주지하듯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다. 유튜브 이용시간은 460억원분으로 카카오톡(220억분), 네이버(170억분), 페이스북(45억분)을 크게 앞선다. 특히 10대들은 하루 평균 유튜브 사용시간이 120분 정도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으로 많다. 브라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청소년들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받는 콘텐츠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로 인해 생기는 정보편식과 확증편향 심각성이 브라질 사례에서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국내에서는 4월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고,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유튜브는 선거 국면에서 맹위를 떨칠 것이다. 가짜뉴스 논쟁 등 다양한 이슈도 만들 것이다. 알고리즘은 빅브라더가 돼 유권자 선택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그밖의 다른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아는 신탁(神託)이 되면 그 다음에는 대리인으로 진화하고, 마침내 주권자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나치게 맹신했던 알고리즘이 브라질 대통령 마저 만들었는데, 정치·이념적 대립이 더욱 심해지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더 끔찍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국내에서 이미 수조원 광고 수입을 올리는 유튜브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dksu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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