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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무역전쟁은 트럼프 몫"…美연준 금리 동결론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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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전망 확산…무역전쟁 완화+연준 독립성 요구

더들리 "연준이 트럼프 무역전쟁 도와서는 안돼"

파월 "무역전쟁 피해, 통화정책이 바로잡지 못해"

시장선 인하론 우세.."동결 시 추가 인하 신호 줄것"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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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인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달 점도표에는 2022년 전망치가 포함된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시장에선 금리인하와 동결 가능성이 반반으로 나뉜다.

◇동결 전망 급부상…무역전쟁 완화·연준 독립성 요구

1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87% 반영했다. 10명 중 8~9명은 금리인하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현행 기준금리는 2.00~2.25%다.

하지만 이날 인하 베팅은 48.5%까지 떨어졌다. 동결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2명 중 1명 꼴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동결론이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한층 누그러진 영향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다음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고자 오는 19일 같은 곳에서 차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연준 안팎에서 들려오는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증시가 급락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인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릴 만한 여지가 생길 때마다 각종 이유를 제시하며 금리인하를 촉구해 왔다. 전날에도 트위터에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사우디발(發) 국제유가 불안 등을 거론하며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례적으로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역대 연준 의장들은 공동명의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블룸버그 기고에서 “관세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해 금리를 내려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도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은 무역전쟁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연준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요구는 파월 의장을 비롯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유연하게 화답하며 독립성 사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이 관측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적, 지정학적 리스크를 열거한 뒤, 대다수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기업들의 투자와 자신감을 방해하고 글로벌 성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면, 연준이 통화정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준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찾지 말고, 경기 둔화 책임을 떠넘기지도 말라는 의미다. 즉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벌인 미중 무역전쟁은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에서 “금리를 내려도 실물경제를 자극하기보다 금융시장만 띄울 가능성이 있다”며 무리한 금리인하를 경계한 것도 연준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점도 인하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 물가가 상승한다면 연준의 인하 명분도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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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이 반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전망. (자료=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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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여전히 인하론 우세

파월 의장이 지난 7월 ‘보험성’ 인하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인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으로 내년 미국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관세를 무기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2020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3% 끌어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관세가 제품 가격을 인상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기업의 비용도 증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1로 전달(51.2)보다 악화됐다는 점도 인하 베팅의 근거가 되고 있다. ISM 발표 자료가 경기를 판단할 때 연준과 시장이 공통적으로 참고하는 지표기 때문이다. PMI가 5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에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최소한 추가 인하 신호를 줄 것이라는 게 인하론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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