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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로에 선 한국GM…대리점 20% 문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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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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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위 완성차업체 한국GM이 생존 기로에 섰다. 한국 공장 철수 논란과 노사 투쟁이 잇달아 발생하며 전국 판매 거점은 2년 새 20% 넘게 문을 닫았고 내수 판매량도 매년 급감하고 있다. 미국 본사 노조마저 현지 공장 폐쇄 반대 파업에 돌입하며 한국 생산물량이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한국GM 노조는 추가 파업을 준비하는 등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17년 말 302곳이었던 한국GM 국내 판매 대리점 수(직영 없음)는 올해 이달 기준 239곳으로 63곳(20.8%)이 폐업했다. 지난해 GM이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군산공장 폐쇄와 3000명 감원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판매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최근 노사 갈등으로 전면파업을 맞은 데다 신차 모델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수 논란이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불을 지폈다. 현재 영업 중인 상당수 대리점도 적자를 호소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GM 내수 판매는 2016년 이후 국내 완성차 시장 정체기와 맞물려 매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2016년 18만275대였던 한국GM 내수 판매량은 매년 30% 가까이 급락해 지난해 9만3317대로 10만대 선이 무너졌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도 4만876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2% 떨어진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M 미국 본사 노조가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한국GM은 내수 판매와 생산에 악재를 더하게 됐다.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따르면 UAW와 GM이 4년마다 체결하는 단체교섭 협약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GM 노조원 약 4만8000명이 미국 전역에서 16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멈췄고 캐나다·멕시코에서 이뤄지는 GM 차량 생산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내 생산 차질은 한국GM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현지 생산 수입차를 적극 도입해 내수 판매에 활기를 되찾으려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는 GM 파업이 자칫 한국GM 수출물량을 줄이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UAW는 임금·의료보험·고용 안정·수익 배분 같은 근로 조건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은 GM이 미시간·오하이오주 등 미국 내 4개 공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노조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노조를 달래기 위해 한국 생산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한국GM을 찾아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조는 2022년 이후 생산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부평2공장 폐쇄를 염려하고 있다. 다마스·라보·스파크처럼 수익성 낮은 차를 양산하는 창원공장이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교섭을 둘러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GM 추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노사 갈등이 해를 넘길 가능성까지 관측되고 있다. 당초 사측은 추석 연휴가 지나면 새 노조 집행부를 구성하는 선거 국면으로 전환해 추가 파업이 어렵다고 관측했지만 노조는 추가 파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9~11일 사흘간 전면파업을 벌인 노조가 일단 19일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사측과 합의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도 다시 열렸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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