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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노숙자 문제 해결”…트럼프 ‘눈엣가시’ 캘리포니아랑 한목소리 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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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금 모금차 캘리포니아 방문

“LA·샌프란시스코 망가지게 둬선 안돼”

불법이민→노숙자 수 증가로 연계해

‘민주당 무능’ 정쟁화에 이용 의구심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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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하며 노숙자 문제를 적극 해결할 뜻을 내비쳤지만, 일부에선 그의 갑작스러운 노숙자 문제 의제화 배경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선거자금 모금 행사 참석차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로스앤젤레스(엘에이)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수많은 도시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방치함으로써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둘 수는 없다”며 “노숙자 문제 해결책 마련을 위한 개별 대책위원회(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고속도로와 거리, 빌딩 입구 등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텐트를 치고 산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엘에이나 샌프란시스코로 온 사람들”이라며 “엘에이나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모두 질려버렸다”고 덧붙였다.

실제 캘리포니아주는 노숙자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숙자 수는 대략 13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9만명가량이 보호시설 밖에서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엘에이의 경우, 지난해보다 노숙자가 16%나 증가(3만6천명)해 치안·보건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에릭 가세티 엘에이 시장은 지난 10일 노숙자 대란 사태 해결을 위해 연방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주 엘에이로 와 며칠간 머물며 시·카운티 당국자 및 노숙자 보호단체 관계자 등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엘에이 타임스>가 보도했다. 언뜻 보면 노숙자 문제라는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 사안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과 캘리포니아주가 이례적으로 초당적 협력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정치권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인다. ‘불법 이민자 증가’→‘노숙자 증가’ 문제로 연결해 캘리포니아주의 ‘아픈 곳’을 건드리며 강경한 이민정책을 정당화하는 한편,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는 주정부의 정책적 무능을 비판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숙자 문제를 얘기할 때도 길거리로 내몰린 이들보다는 납세자나 건물주 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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