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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신영화 잘 틀어주는…그 항공사 비행기에 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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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경제의 창_중요성 커지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무성영화 프로젝터 상영하던

90여년 전 런던~파리 노선 시초

개인용 모니터 게임으로까지 발전

탑승객 77% 보는 영화는 특히 엄선

여객기 사고 편집 ‘에어라인버전’도

“전투기·헬기 사고 장면은 허용”

항공기 비행거리 늘어남에 따라

음악·TV 등 서비스 경쟁 거세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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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회사원 김지용(30)씨는 ‘기내 영화 마니아’다.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 항공사 누리집에 들어가 기내 상영 영화 목록을 찾아보고, 그중 보고 싶은 영화 두세편을 골라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둔다. 지난 4월 터키 이스탄불로 향하는 항공기 안에서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쿠아맨>을 재밌게 봤다. 김씨는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최신작이 많아 한국에서 보고 싶었지만 미처 못 본 영화들을 볼 수 있어 좋다”며 “기내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을수록 항공사 이미지까지 덩달아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내 영화 상영 1925년부터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국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항공기 안에서 즐기는 ‘기내 엔터테인먼트’(IFE)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란 여객기 안에서 제공되는 영화·음악·게임·인터넷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좌석에 붙어있는 개인용 모니터를 이용하거나, 복도에 설치된 공용 모니터를 통해 영상을 보는 일 등이 모두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해당한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격인 영화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항공의 전신인 임페리얼항공이 1925년 4월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 노선에서 프로젝터를 활용해 1912년 제작된 무성영화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를 상영해준 것이 기내 영화의 시초다. 1961년 트랜스월드항공을 시작으로 기내 영화 상영이 보편화하기 시작했고, 좌석에 설치되는 개인 주문형 오디오·비디오 시스템(AVOD)이 등장하면서 여행에서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전 세계 145개국 6920명의 승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취침(69%, 복수응답)보다 더 많은 77%의 응답자가 장거리 비행 때 영화감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체 탑승객의 99.9%가 비행하면서 짧게라도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추락·납치 영화는 불가

기내에서 틀 수 있는 영화는 ‘엄선’된다. 개방된 공간에서 보는 영화인만큼, 엄격한 기준을 거쳐 매월 60여편의 상영목록을 선정한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영화는 극장 개봉 5개월 뒤, 할리우드 영화는 개봉 3개월 뒤 항공사에 배급된다.

우선 항공기에서 틀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폭력적·선정적 수위가 높은 영화는 상영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도 타고 있는 만큼 영화 수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납치되는 장면이 담긴 영화도 상영 금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테러를 비롯해 탑승상황과 직접적인 연상이 가능한 내용이 포함된 영화는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객기 사고를 다룬 영화는 제외하고 전투기, 헬기 사고 장면은 허용된다”(대한항공)고 한다.

여러 나라 승객이 이용하는 만큼, 특정 국가나 민족, 종교 등을 비하하는 내용의 영화도 틀 수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특히 한국과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의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도 금지된다.

여러 제약조건에도 일부 장편을 편집해 극장판과 다른 ‘에어라인 버전’을 제공할 때도 있다.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과 아카데미 4개 부문을 휩쓴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주연의 1989년 영화 <레인맨>의 비행기 버전은 극 중 주인공이 항공사별 사고 날짜와 사망자 수를 줄줄 외는 장면이 편집된 채 상영됐다.

점점 커지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장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항공사에서도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힘을 주고 있다. 항공사·공항 서비스 평가 기관인 스카이트랙스의 ‘2018년 최고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순위를 보면, 1위 에미레이트항공은 4500개 이상 채널에서 영화와 티브이(TV)프로그램, 음악과 게임 등을 제공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4케이(K) 화질의 모니터로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이 일부 할리우드 영화에 한글자막과 함께 영어자막도 함께 제공해 승객의 선택 범위를 넓혔으며, 아시아나항공은 타 항공사보다 한국 영화 편수가 많고,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의 경쟁부문 수상작과 화제작을 기내에서 상영하고 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중시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6년 발간한 보고서는 “항공기의 비행 거리 증가로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매년 15% 이상 성장해 2020년까지 연간 7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다양한 항공사의 서비스를 접해본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항공사 간 기내 엔터테인먼트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며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그 항공사 이미지와 연결되기도 해,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LCC “승객 휴대폰으로 영화 보게 와이파이 지원”

중장거리 노선 늘린 저비용항공사
스트리밍 서버 등 활용 서비스 나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인용 모니터가 없는 대신 승객의 전자기기에서 영상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단거리 위주였던 저비용항공사가 중·장거리 노선을 늘리면서 나타난 변화다.

제주항공은 와이파이를 이용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단거리 노선에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제주항공은 당초 편도 4시간20분가량 소요되는 인천~괌 노선에 한해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지만, 지난 3월부터 일본 후쿠오카·중국 칭다오 등 비행시간이 짧은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27개 노선에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승객이 기내 스트리밍 서버를 통해 저장된 콘텐츠를 자신의 전자기기로 내려받아 이용하는 방식이다.

진에어는 2015년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처음으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지니 플레이’를 선보였다. 개인 전자기기로 기내 와이파이에 접속해 콘텐츠를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영화 6편과 미국드라마 ‘프렌즈’ 같은 티브이(TV) 프로그램, 음악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선에선 무료로, 국제선은 거리에 따라 2천원~2만원의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와이파이를 이용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채널 티’를 선보이고 인천~다낭, 방콕 등 6개 노선에서 제공 중이다. 이스타항공도 기내 엔터테인먼트 ‘스타 티브이’를 일부 동남아 노선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유일하게 좌석에 모니터를 설치한 에어서울은 기내 모니터를 통해 단편물과 비행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보다 서비스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저비용항공사가 기내 엔터테인먼트 확대에 나서는 데에는 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장거리 노선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제주항공이 비행 거리 4700㎞, 비행시간 6시간가량 소요되는 부산~싱가포르(창이) 노선에 신규 취항했고, 에어부산은 2020년 최대 항속거리 6850㎞에 달하는 에어버스 에이(A)321네오 도입 계획을 밝혔다. 신규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등 장거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저비용항공사의 장거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비용항공사의 기내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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