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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장에서] 이강래 도공 사장의 폭주…구경만 하는 김현미·노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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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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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도공)에서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250여명이 경북 김천 도공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꼬아놓은 건 이강래 도공 사장이다.

요금수납 노동자 300여명이 근로자지위확인 1·2심 소송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와중에, 기어이 요금수납 전담 자회사(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지난 7월 출범시켜 자회사로 이동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1500여명을 모조리 해고했다. 지난 8월29일 대법원에서 300여명의 직접고용이 확정됐는데도 ‘요금수납 업무를 하고 싶으면 자회사로 가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똑같은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나머지 1200여명의 1·2심 소송 강행 뜻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그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 ‘노동 존중 사회’를 내세운 정부의 공공기관장이 할 일일까? 1500여명의 해고로 부족해진 요금수납원 자리를 메운 임시직의 임금, 1200여명이 직접고용 판결을 받을 경우 해고기간 임금 차액 보전 등 이중의 세금 낭비는 누가 책임질까?

노동계 안팎에선 “이강래 사장은 도저히 일개 공공기관장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 정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국토교통부나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모두 이 사장의 정치적 후배여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수군대는 이가 적지 않다. 세 사람의 국회의원 선수는 3선으로 같지만, 이 사장이 16대 국회에 먼저 입성해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먼저 거친 ‘선배’고 나이도 제일 많아 다른 두 사람이 할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공기관운영법은 주무기관장이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공의 주무기관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사장이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국정철학이 실제 정책에 잘 반영되도록 각계각층과 소통하는 일이다. 즉, 노영민 실장 역시 문재인 정부의 ‘대표 상품’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둘러싼 도공의 현재 상황이 풀리도록 노력해야 할 인물 가운데 하나다. 김 장관과 노 실장이 지금 상황을 그냥 지켜만 보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는 얘기다.

이 사장은 요금수납원 전원의 자회사 전환을 자신의 ‘성과’로 만들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토록 당사자가 저항하는 성과, 갈기갈기 찢긴 마음 위에 쌓은 성과가 진짜인지 딱 한번만이라도 곱씹어보면 좋겠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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