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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SC] 알프스 최고봉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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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몽블랑 트레킹

알프스산맥 최고봉 몽블랑

‘투르 뒤 몽블랑’ 트레킹에 나선 50대 세명

10일 동안 170㎞ 남짓 걸어

높은 봉우리·수만년 역사의 빙하 등

곳곳에 깔린 야생화는 몽블랑이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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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50대 ‘아재’ 세명이 ‘투르 뒤 몽블랑’(티엠비. Tour du Mont Blanc)이라는 몽블랑 둘레길을 걸었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선망해온 꿈의 여정이었다. 셋은 각자 12㎏ 나가는 배낭을 메고 알프스산맥에서 걷고, 먹고, 자며 하루 15~20㎞씩, 열흘간 170㎞ 남짓을 걸어 처음 떠났던 곳으로 돌아왔다.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성판악에서 출발해 백록담으로 이어지는 한라산을 열흘간 매일 등반하는 셈이다. 알프스산맥 최고봉 몽블랑(해발 4808m)을 가운데 두고 해발 1000~2500m에 걸쳐있는 산길을 보통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티엠비는, 전체 구간의 누적 상승고도와 하강고도가 각각 10000m다. 열흘 일정이라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날마다 해발 1000m를 오르고 내리며 6~7시간의 산길을 걸어야 한다. 강한 햇살에 그을리고, 때로는 비바람에 속옷까지 젖은 채, “언제쯤 이 고갯길의 끝이 나올까”를 되뇌며 어깨를 찍어 누르는 배낭을 추슬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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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티엠비에는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는 즐거움이 있었다. 경외감까지 드는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티엠비 산길은 굽이치며 이어지다 희미해지곤 했지만, 풍광이 가장 좋은 지점들을 잇고 있었다. 높푸른 하늘, 투명한 공기 덕분에 몇십㎞ 떨어져 있을 높은 산군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 보였다. 에귀유(바늘같이 날카롭고 뾰족한 바위나 봉우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첨봉과 봉우리가 고도 4000m를 넘어 솟아 있었다. 등반사에 아로새겨진 몽블랑, 그랑드조라스, 몽돌랑, 드루봉 같은 고봉들이 차례로 또는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진다. 검게 솟은 바위벽 아래로는 수만년 그 자리에 있었을 빙하가 허연 혀를 내밀고 있었다. 등반로 북사면 곳곳엔 눈밭이 남아 있지만, 8월의 햇빛은 두꺼운 빙하도 조금씩 녹여 곳곳에 개울과 폭포를 만들었다. 빙하수 특유의 옥빛 물줄기는 베니계곡, 페레계곡으로 흘러 크고 작은 호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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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의 잦은 기후변화는 수시로 돌풍과 구름, 소나기를 빚어내면서 허파 깊숙이 청량한 공기를 불어 넣고, 계곡을 가로질러 고운 무지개다리를 놓는다. 버티고 선 검은 봉우리는 도무지 사람의 발길을 허락지 않을 것 같지만, 등산로는 양과 소가 무심히 풀을 뜯는 초원을 가로 지른다. 눈이 녹는 7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알펜로제, 에델바이스가 꽃을 떨군 8월이면 가시엉겅퀴, 애기똥풀이 소박한 꽃송이를 달고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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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최고봉답게 쉬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애를 태운다. 날이 맑다 해도 상승기류와 정상주변의 눈과 얼음이 만나 형성된 모자 구름에 덮여 있을 때가 많다. 하루의 걷기를 마감하고 산장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 놓고 몽블랑을 바라보면, 모자 구름은 석양에 비켜 애련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간다. 그리고 이내 총총한 별이 쏟아지는 알프스의 밤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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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프랑스)/구본권 선임기자·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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