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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범생이’ LG가 달라졌어요…‘정당한 게임선 끝까지 간다’ 전투력 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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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그래픽 | 엄희삼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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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삼성과 연일 ‘8K TV 전쟁’

화학, SK이노베이션 형사고소

‘전기차 배터리 기술유출 소송전’

정기인사 전 디스플레이 CEO 교체

구광모 회장·권영수 부회장 쇄신책

기업 분위기, 공격적으로 변화 시작

“바뀐 조직문화, 실적 연결이 관건”


재계에 ‘범생이’로만 불려온 LG가 ‘싸움닭’으로 변해가고 있다. 요즘 LG는 정당한 게임에선 끝까지 가보겠다는 전례 드문 단호한 태세가 뚜렷하다. 전투력이 급상승한 모습이다.

그간 LG그룹 사풍은 모든 사람과 화합하라는 의미에서 ‘인화’로 표현됐다. 그러나 최근 여러 행보에서 달라진 LG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전자, 화학 등 주력 계열사는 경쟁사와 연일 강공모드로 대결을 펼치고, 실적이 나쁜 계열사 경영진은 정기인사 전에 전격 교체를 단행했다.

큰 배경에는 지난해 7월 그룹 2인자에 오른 권영수 부회장(62)과 그를 앞세워 새로운 그림판을 짜고 있는 취임 1년차를 넘긴 구광모 회장(41)의 쇄신책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17일 LG전자가 8K TV와 관련해 언론을 대상으로 준비한 ‘디스플레이 기술 설명회’는 ‘잘 기획된’ 행사였다. 앞서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유럽가전전시회)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진짜 8K TV가 아니다”라고 작심 공격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행사에는 그때보다 더 많은 자료를 가져왔다.

예전 같았으면 해외에서 한번 치고 빠지는 식이었다. 이번엔 삼성전자 TV의 내부를 뜯어 부품을 꺼내 보이는가 하면, 전자현미경까지 동원해 픽셀 차이를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TV를 공격하는 문구도 예사롭지 않았다. ‘꺼진 줄로만 알았던 TV’ ‘안개 같은 답답함’ ‘뚱뚱하게 불어있는 글자’ 등 귀에 쏙쏙 박힐 만한 표현들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TV와의 ‘전쟁’을 이번 한번으로 끝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고 앞으로도 고객 알권리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배터리 기술 유출 문제를 두고 LG화학이 지난 4월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건 모습은 LG가 ‘싸움닭’으로 변했음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대화로 해결하자는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LG는 예상보다 더 단호하다.

5월에는 SK이노베이션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형사고소까지 했다. 지난 17일에는 경찰이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했다. 외국 소송에 이어 국내 수사기관에까지 수사의뢰를 했다는 건 끝까지 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LG가 ‘좋게 좋게 합의로 끝내지만은 않겠다’는 징표로 해석된다.

연말 정기 임원 인사 기간이 아닌데 대표이사가 전격 바뀐 LG디스플레이도 LG그룹 내에서는 이례적이다. 이틀 전인 지난 16일 LG디스플레이는 7년간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온 한상범 부회장이 자진사퇴하고 정호영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한 부회장이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진 자진사퇴라고 하지만, LG그룹에서 수장이 연말 정기인사 전에 바뀐 건 2010년 9월 LG전자 남용 전 부회장 이후로 처음이다. CEO가 바뀌자마자 LG디스플레이는 곧장 대대적인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고 있다. 그간 인화 단결로 어려워도 끌어안고 간다던 기조와 사뭇 다르다.

모범생 LG가 공격수로 바뀐 데에는 구 회장이 2인자 자리에 앉힌 권 부회장이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LG유플러스 부회장이었던 권 부회장을 지주사인 (주)LG로 불러 앉혔다. 재계는 권 부회장 임명 때부터 ‘재무통’이자 LG에서 ‘전투력 강한’ 인물로 꼽히는 권 부회장을 통해 LG가 공격적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다만 LG그룹 측은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그룹 관계자는 “LG화학의 소송 제기는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LG전자의 기술 설명회는 올바른 제품 정보를 알리기 위한 조치, LG디스플레이도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확립하기 위해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회장 아래 LG가 조직문화를 적극 바꾸고 있는데, 결국은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성패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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