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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경찰, LG·SK 배터리 분쟁 수사 착수… 변곡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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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진흙탕 싸움에 여론 악화 가능성 / 정부 “양사 해법 모색하는 계기될 수도” / 최고경영자 회동 이튿날 압수수색 / 당사자들 분위기는 한층 험악해져 / LG “루비콘강 건너… 갈 데까지 간다” / SK “우리 직원 정조준에 수뇌부 격분”

‘경찰의 압수수색은 이번 분쟁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경찰이 지난 17일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피소된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정부와 업계에서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압수수색은 서울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외에 충남 서산 배터리 생산공장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8일 경찰의 강제수사 돌입과 관련해 “여론이 크게 나빠질 것 같다”며 “넉달 넘도록 이어진 분쟁 양상이 이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지난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렇게 시작된 양사 분쟁은 맞소송과 특허침해 소송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맞소송이 예고돼 있는 등 ‘진흙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 경찰 압수수색으로 LG화학이 지난 5월 서울경찰청에 형사고소를 추가로 제기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7년 전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특허침해 여부를 놓고 격돌했을 때와 흐름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2012년 검찰은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책임을 묻고 나서자 LG디스플레이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6개월간의 협상 끝에 2013년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분쟁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여론이 악화하며 분쟁 당사자들이 해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계기가 경찰 수사였다”고 부연했다.

물론 여기엔 양사의 치밀한 손익 계산이 전제돼야 한다. 아직 국내외에 제기된 소송이 초기 단계다. 서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파악하기엔 시기상조란 관측이다. 다만 여론이 빠르게 악화하면 양사와 재계 전반, 정부가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국내 수사기관의 형사사법 조치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 진행되는 제소와 체감 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아울러 수사 절차 면에서 1차 압수수색이 진행된 만큼 압수물 분석을 통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거나 피고소인을 소환하는 등 일련의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땐 방송 매체를 통한 보도가 집중되는 만큼 여론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사자들 분위기는 한층 험악해졌다. ‘빈손’일지언정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16일 서로 무릎을 맞댔다. 여론의 압박 때문이긴 했지만 분쟁이 벌어진 이후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이다. LG 관계자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 같다.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K 관계자는 “경쟁사가 직원을 조준했다는 사실에 수뇌부가 격분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얄궂게도 이벤트들이 겹쳤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고소를 접수했는데 수사를 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CEO 회동 소식을 접하고 고민이 컸지만 경찰은 경찰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화학이 ‘경찰이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것 같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고소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고소장 내용과 수사를 통한 혐의와 상당성은 별개”라고 말했다.

전날 압수수색은 SK이노베이션 본사 인사(HR)부서 2명과 대덕기술원 연구원 6명, 서산 배터리 공장 생산직 직원 수명에 대해 집행됐다. LG화학이 고소장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자사 출신 직원들의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부서 직원들은 LG화학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빼내 관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대리, 과장급 직원들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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