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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거래소 돈육 선물시장 '유명무실'…6년간 거래 한 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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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에도 '가격변동 위험 회피' 취지 못 살려

활성화 대책도 효과 없어…한국거래소 상장 실효성 재검토

연합뉴스

돈육선물시장 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유입으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돼지고기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하고자 만든 돼지고기 선물시장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지난 6년간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을 만큼 시장이 침체하면서 당초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존폐기로에 섰다.

한국거래소는 2008년 국내 양돈 농가를 보호하고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돼지고기 선물시장을 개설했다고 20일 밝혔다.

돼지고기 선물은 현재 가격으로 돼지고기를 선물 매수하면 6개월이나 1년 뒤 돼지고기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선물 매수했던 가격으로 상품을 받는 방식이다.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부터 양돈 농가를 보호하고, 도매가격 안정을 꾀해 소비자에게도 도움을 준다.

한국거래소는 당시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거래 품목으로 돼지고기 선물시장을 개설했다.

시장 개장 초기만 해도 흥행에 성공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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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가격 변동(CG)
[연합뉴스TV 제공]



도입 첫해인 2008년 1만6천258건의 계약이 이뤄졌고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 6억원에 달했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연 1만4천여건에 육박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2011년 연간 거래량이 5천981건으로 급감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연간 수십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2014년부터 지금까지는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이처럼 돼지고기 선물시장이 반짝인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국내 돼지고기 축산농가가 대부분 영세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 단위가 1거래당 1천㎏ 규모로 일부 대규모 축산농가를 제외하고는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할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축산발전기금과 한돈자조금 등 축산농가를 위한 각종 기금제도가 마련돼 영세농가들이 선물거래보다는 손쉬운 기금을 이용하는 것도 선물시장 위축의 원인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돼지고기 선물거래 부진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았다.

2010년 기본예탁금 최소액수를 1천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췄고, 2013년에는 이마저도 50만원으로 다시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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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육선물 거래 활성화 방안 추진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래증거금도 14%에서 12%로 내렸고 선물회사들의 참여도 확대하는 등 다양한 거래 활성화 대책을 시행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돼지고기 선물시장 도입 당시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이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인 데다 축산물 성격상 가격변동이 심해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실수요자들의 시장 참여가 저조하고 선물거래를 이용한 위험회피도 큰 메리트가 없어 시장이 침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시장 유지비용만 드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의 상장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폐지 여부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며 "다만 축산물이라는 특성에 따라 농림축산부 등 유관 부처의 입장도 고려해야 해 당장 상장폐지 등 결정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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