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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의료AI 밀려오는데…韓 허가심사 인력 2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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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의료 기술에 대한 허가심사를 맡고 있는 전문인력이 2명에 불과해 향후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첨단 의료기기 출시가 제때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허가심사 속도를 높여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AI 의료 소프트웨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디지털헬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데이터 관련 의료기기를 심사할 수 있는 인력은 현재 2명이다. AI 의료 소프트웨어 이외에 다른 의료기기의 심사를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심사부, 안전평가 인력을 전부 포함해도 약 70명 수준이다.

조선비즈

의료기기 업체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본에이지' 시스템. 국내 1호 인공지능(AI) 의료기기인 이 제품은 어린이의 뼈 상태를 분석해 성장·발육에 대한 진단을 할 수 있다. /뷰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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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헬스케어 독립 심사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부서 규모만 3000여명에 달해 허가심사는 물론, 규제 방안까지 준비하도록 만들었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심사인력 인프라 부족 탓에 첨단 의료기기가 개발된 후에야 해당기기 허가심사를 위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인허가 규격을 만들고 다시 이 규격을 시험·평가하는 데만 적어도 4~5년이 들기 때문에 업체로선 당장 돈이 되는 다른 사업이 없으면 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3년 내 심사 인력을 2배로 확충한다는 방침이지만 글로벌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식약처는 올해 초 ‘바이오헬스 혁신 전략안’을 통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 현재 350명 수준의 허가심사 인력을 3년 내 70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이 가운데 AI 의료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전문 인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식약처가 의사와 같은 관련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첨단의료기기 심사관 1명도 비용 문제로 계약직으로 고용한 상태다.

그렇다고 식약처 자체 수입으로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도 여의치 않다. 식약처는 현재 의료기기 민원창구를 통해 관련 서류 심사 등을 진행한다. 업체가 AI 의료 소프트웨어 허가를 위해 임상시험 결과 등을 포함 데이터 등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 과정을 포함해 받는 수수료는 99만7000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의료기기 품목허가심사 수수료가 약 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수수료는 미국 FDA의 인지세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연매출 5억원이 넘지 않는 국내 대부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높은 수수료는 산업 육성에 저해가 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렇게 첨단 의료기기 심사 인력 확보 방안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규제방안이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조차 없는 새로운 디지털헬스케어 제품들은 우후죽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뿐 아니라 국내에서 정부 주도로 개발하는 AI 헬스케어 소프트웨어까지 대기 중이다.

실제 AI 등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6년 960억달러(약 114조원)에서 2020년 2060억달러(약 246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관련 시장도 2015년 3조5209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6.1% 씩 증가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개발은 국책 사업으로도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부터 3년간 총 357억원을 투입하는 AI 기반 정밀의료 소프트웨어 ‘닥터앤서’ 사업에 착수했다. 닥터앤서는 심·뇌혈관, 치매, 소아희귀질환 등 8개 질환을 대상으로 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21개의 의료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다.

이에 따라 향후 5년 내 뷰노, 루닛 등 국내 업체가 자체 개발한 AI 의료 기술 뿐 아니라 정부의 닥터앤서 품목허가 신청까지 한꺼번에 허가심사와 임상시험 설계 심사 등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통상 5년 남짓인 현실을 감안하면 허가기간이 길어질수록 제품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허가 심사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 1년까지 걸리지만 심사인력 부족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

이정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의료기기과장은 "올해 통과된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을 통해 법적 토대를 만들고, 첨단 의료기기 허가심사에 문제가 없도록 가이드라인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인력 부족으로 제품별 허가가 어려울 경우, 미국에서 실시 중인 기업인증을 통한 특례 허가 방식을 도입하는 등 심사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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