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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몇 번인지 모르겠다'…선거 앞둔 트뤼도 흑인분장 논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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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후회…얼마나 상처 되는지 이해 못 했었다"

뉴스1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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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세 번에 걸쳐 검은 피부(블랙페이스·blackface) 분장을 한 일에 대해 또다시 사과했다. 자신이 여태까지 몇 번이나 인종차별적 분장을 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내가 한 행동은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에 편협함이나 차별과 마주해선 안 됐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이건 내가 깊이, 깊이 후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굴을 어둡게 칠하는 일은) 블랙페이스의 인종차별적 역사 때문에 언제든 용납받을 수 없다"며 "나는 이 점을 이해했었어야 했고, 절대 해선 안 됐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알려진 것 외에 블랙페이스 분장을 더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트뤼도 총리는 "사실은 이 일이 매일매일 차별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그는 매 (분장) 사례를 기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의 (백인이라는) 특권이 그(인종차별) 문제에 있어서 눈을 가렸었기(blind spot)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음달 캐나다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뤼도 총리는 18년 전 한 파티에서 인종차별적인 아랍인 분장을 한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타임은 18일 트뤼도 총리가 2001년 한 사립학교 교사로 근무했을 당시 얼굴과 목, 손 등을 모두 진한 갈색으로 분장하고 아랍인 복장을 입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 공개된 뒤 트뤼도 총리는 "그런 분장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과거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 사진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당시에는 그게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자신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수 해리 벨라폰테가 부른 유명한 자메이카 민족가요 '데이오'(Day-O)를 공연하면서 '흑인 분장'을 했었다며 "그런 행동을 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CTV뉴스는 학교 졸업앨범에서 해당 사진을 입수해 발표했다.

이어 19일 캐나다 매체 글로벌뉴스는 보수당 소식통으로부터 트뤼도 총리가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동영상을 받아 보도했다. 이 영상은 1993~1994년 트뤼도 총리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촬영된 것으로, 그가 소속된 자유당 대변인은 영상 속 인물이 트뤼도 총리라고 확인했다.

이번 블랙페이스 스캔들은 지난 11일부터 재선 운동을 시작한 트뤼도 총리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자유당은 지난 4년 집권 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옹호하며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차별 철폐와 진보적 가치를 지지해 왔던 행보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전날 자신이 과거에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앞으로도 불관용과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싸움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라이벌인 앤드루 쉬어 보수당 대표는 "브라운페이스는 공공연한 조롱이자 인종차별 행위다. 이건 2001년에도 2019년처럼 인종차별적이었다"며 "캐나다 국민들이 오늘 저녁 본 것은 판단력과 진실이 완전히 결여된, 이 나라를 통치하기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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