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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화웨이 R&D 기지엔 ‘블랙스완’과 2만 연구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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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웨이 옥스 혼 캠퍼스

여의도 절반 공간 유럽식 건축·녹지

2014년부터 1조6800억원 들여 조성

설립 30년만에 최대 통신장비회사

미 제재에도 상반기 매출 23% 늘어

세계2위 스마트폰 제조사이기도

공장선 라인별 28.5초당 1개꼴 조립

‘업무 효율화 기여’ 직원 사진 곳곳

최대 리스크 ‘신뢰’ 이슈 의식해

‘주주 구성 및 거버넌스’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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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트램이 들어오자 빨간 목줄을 찬 20·30대 연구원들이 백팩을 메고 하나 둘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 곳은 중국 최대 아이티(IT)기업 화웨이의 핵심 기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광둥성 둥관시의 옥스 혼 연구개발(R&D) 캠퍼스. 여의도 절반(180만㎡)가량의 공간에 마련된 이 곳 연구센터엔 2만여명의 개발 인력이 밤낮 없이 인공지능(AI)과 5세대(5G)·6세대(6G)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일 찾은 옥스 혼 캠퍼스는 궁전을 연상하게 하는 유럽식 대형 건물들과 인공호수 그리고 넓은 녹지로 가득차 있었다. 2014년부터 100억위안(1조6800억원)을 들여 조성한 이곳 연구센터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최대 3만여명의 수용 인력 가운데 2만5천명을 미래 먹거리 연구개발자로 채운다는 게 화웨이의 구상이다. 건축을 전공한 화웨이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은 개발 인력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식 건물과 녹지, 쉼터를 연구 공간의 주요 테마로 잡았다. 호숫가에선 검정색 백조(블랙 스완) 두 마리가 여유롭게 물을 마시고 있었다. 호주에서 마리당 120만 호주달러(9억7000만원)를 주고 네 마리를 들여왔다. 블랙스완이 ‘예상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만큼 연구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준비 태세’를 강조하기 위해 런정페이 회장이 들여왔다고 한다. 전체 18만명의 임직원 중 8만명이 연구직이다. 평균 연령은 31.5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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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설립된 화웨이는 30여년 만에 중국을 넘어 세계 대표 통신장비업체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화웨이는 올 상반기 4013억위안(68조8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2%의 성장률을 보였다. 화웨이는 지난 2월 기준 5G 표준필수특허를 1529개 보유해 세계 1위였다. 2위는 1397개를 보유한 핀란드 노키아, 3위는 1296개의 삼성전자였다. 국내에선 엘지유플러스(LGU+)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쓰고 있다. 최근 화웨이의 화두는 5G 통신에서 인공지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사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화웨이는 58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삼성전자(7550만대) 뒤를 이었고, 애플(3380만대)을 앞섰다. 이날 방문한 둥관시 화웨이 남방공장의 스마트폰 제조 현장에선 지난 3월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 ‘P30’이 라인당 28.5초에 한 개 꼴로 조립과 포장이 완료돼 박스에 담겼다. 1개 생산 라인에 2013년 기준 86명이 근무했지만 이날 보니 17명에 불과했다. 끊임없는 자동화의 결과인데 미쓰비시전기 로봇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 화웨이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결국 사람이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최종 점검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완전한 무인화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장 곳곳엔 직원들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업무 효율화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된 이들의 얼굴이었다. 라인에 높이 차이를 둬 전기 대신 중력으로 부품을 이동시키는 미니 컨베이어벨트가 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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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뢰’ 이슈는 화웨이에 가장 큰 리스크다.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독일 뮌헨에서 공개된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메이트30’엔 미국의 제재로 유튜브 등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이 담기지 못했다. 모뎀칩은 화웨이가 직접 개발한 5G 통합칩 ‘기린990’이 탑재됐다.

이를 의식한 듯 화웨이는 주로 직원들의 공간이었던 선전시 본사의 ‘주주 구성 및 거버넌스’ 전시홀을 올해부턴 외부 방문객에게 적극 공개하고 있었다. ‘민영기업’이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말에는 첨단 5G 기술을 뽐내기 위한 갈릴레오 전시홀을 개관했는데 바이어 등 외국인들이 분주히 전시관을 드나들었다.

선전·둥관/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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