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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트럼프 북핵 '새로운 방법' 北 핵보유 길 터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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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새로운 방법론'을 거론했다. 최근 경질한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이 미·북 대화를 후퇴시켰다고 비판하며 "아마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매우 좋을 수 있다"고 했다. 북 외무성 대사는 20일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 언급에 대해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새로운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 비핵화, 후 보상'을 "큰 잘못"이라고 했다. 결국 그의 '새로운 방법'이란 북이 미국에 줄곧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떠올리게 한다. 하노이에서 김정은은 고철 수준인 영변 핵 시설만 내주고 핵심 대북 제재를 전부 허물려 했다. 북은 이달 말 실무회담 개최 의사를 밝히면서도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했다. 영변 고철을 없앨 테니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는 내년 대선용 '업적'이 절실하다. 경제엔 빨간불이 켜졌고 이란이나 탈레반 문제는 꼬였다. 재선에 목을 매고 동맹을 돈으로 보는 트럼프라면 북에 어떤 양보를 할지 모른다. 지난 6월 미·북 판문점 회동 직후 뉴욕타임스는 '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핵 동결 정도로 일부 제재가 풀리면 북은 핵보유국이 된다. 파키스탄이 그랬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미 '타임'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비핵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핵보유국이 되려면) 인도·파키스탄처럼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북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은 핵 보유를 위한 계산법이다. 트럼프가 여기에 넘어가는 것을 한국 정부가 막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이들에겐 국민이 북핵의 인질이 돼도 남북 쇼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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