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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 예비 불법어업국’ 딱지 붙을 때까지 해수부는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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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 불법어업 제재 미흡” 지정… 2017년 남극해 불법조업 선주들 처벌 피하고 어획물 유통시킨 게 결정적
한국일보

서던오션호.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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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IUUㆍ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불법 원양어업을 한 국민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불법어획물 유통도 막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당국이 미국 측 개선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일 군사정보보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로 경직된 한미 관계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은 미 의회에 격년 제출하는 ‘2019년도 국제어업관리 개선 보고서’에서 예비 IUU 어업국 목록에 한국을 추가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우리나라가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된 것은 2013년 이래 두 번째다

결정적 지정 요인은 2017년 남극해역에서 발생한 불법어업 행위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국 원양선박 홍진701호와 서던오션호는 2017년 12월 초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어장폐쇄 통보에도 불구하고 남극해에서 희귀어종 이빨고기(메로) 조업을 계속해 보존조치를 위반했다. CCAMLR로부터 불법조업 사실을 통보 받은 해수부는 두 선박에 대해 철수 조치를 내린 뒤 해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홍진701호 선주는 CCAMLR의 통보 메일이 스팸메일로 분류돼 확인하지 못한 점이 참작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던오션호 선주는 지난해 7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해 12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 원양산업발전법(원산법)에 명시된 처벌 규정이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불법어획물이 유통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 무혐의 및 기소유예 처분으로 처벌을 피한 두 선박은 남극해에서 잡아온 이빨고기를 팔아 9억원 넘는 이득을 남겼다.

일각에선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전부터 불법 어업 제재 강화를 요구해온 점을 들어 우리 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CCAMLR 연례회의선 ‘한국은 법에 벌칙 조항을 두긴 했지만,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행정적ㆍ민사적 제도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미국 정부는 남극해 불법어업 선주들이 처벌을 피하자 올해 3월 우리 정부에 관련 자료와 개선사항을 요구했다.

해수부는 지난 4월에야 원양어업자들이 어획, 수출, 수입 관련 정보가 담긴 증명서를 발급받도록 하는 ‘어획증명제도 이행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고, 불법어업 선박에 대해 정부가 직접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원산법 개정안을 의원 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점에 법률 개정과 그 실효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을 강행했다.

해수부는 미국이 예비 IUU 어업국에는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는 만큼 당장의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년 뒤에도 개선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미국이 판단, IUU 어업국 지정으로 이어지면 △한국산 수산물 수입 금지 △우리 어선의 미국 입항 거부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예비 IUU 어업국 지정 간 관련성은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직접 미국을 방문해 NOAA 측과 협의한 오운열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 NOAA에서 (한국에 대한) IUU 어업국 지정 논의가 굳어진 건 8월14~16일”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이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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