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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욕 가는 文대통령 앞 세개의 파도, 세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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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북미, 실무협상 앞둔 기싸움..단계적 해결-유연한 접근 '계산법'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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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스톡홀름 스웨덴 의회 구 하원 의사당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 주제로 연설한 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6.14.【스톡홀름(스웨덴)=뉴시스】전신 기자 =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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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해 '세 개의 파도'를 헤쳐 온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세 가지 질문을 안고 22일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진전을 위해 새로운 로드맵이 나올 것인가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가 가능한가 △한미동맹에 닥친 난제를 풀어낼 수 있는가가 숙제다.

새로운 비핵화 로드맵 나오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9번째, 뉴욕에서만 3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다시 점검하고, 북미 실무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제재해제를 맞바꾸려던 '하노이 딜'은 무산됐다. '영변'의 값어치가 얼마냐 하는 셈법이 달랐다고 보면, 북한의 표현으로 "새로운 계산법"이 모색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서 해임했고 그 배경엔 볼턴이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해 사실상 북한의 불안감을 키운 '책임'이 거론된다. 볼턴 후임 오브라이언 임명은 미국이 유연한 접근에 나서리란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상황은 예측불허다.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북한대사는 자신을 외무성 순회대사이자, "‘조미(북미)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자임하며 20일 "미국측이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락관(낙관)하고싶다"고 밝혔다. 낙관을 말했지만 "서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지가 아닌가싶다"며 단계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과 실무협상은 이번에도 쉽지않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계산법의 접점을 북미가 찾는데 조력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중재건 촉진이건, 규정에 상관없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개성 금강산...= 구체적으로는 제재 완화나 해제 등 '상응조치'의 값도 정밀하게 매겨야 한다. 여기엔 종전선언도 포함된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이런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종전선언은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많았다. 종전선언이 어차피 정치적이며 되돌릴 수도 있다는 것을 꼭 1년 전 뉴욕 유엔총회 방문 때 문 대통령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6·30 판문점 회동에 대해 7월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으로 적대관계를 종식했다면 더이상 종전선언 이벤트는 필요없는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종전선언이 철 지났다는 프레임은 동의할 수 없다"며 "평화체제로 가는 매우 중요한 스텝"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 상응조치로 의미있다는 것이다.

이에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 허용 등의 제재해제 카드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종전선언과 함께 이들 조치도 1년전 9월 유엔총회 시점에서 논의되다가 무산된 거래요소다.

북한은 지난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로 체제보장과 제재해제의 상응조치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보다 먼저 미국을 찾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가) 최근 제재해제보다는 체제보장 쪽으로 옮겨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남북미가 함께 이룬 성과를 수포로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못박을 필요가 있다. 애써 여기까지 온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자칫 '후진'하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등에서 이룬 역사적 장면들이 그저 해프닝으로 남을 수도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세계를 향해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평화를 얘기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전파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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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영 은행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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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업그레이드-한일관계 돌파구는= 도전과 변화를 맞이한 한미동맹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문재인정부에서 동맹의 '업그레이드'로 표현해 온 과제다.

국내엔 한미 동맹을 유지하되 그 성격을 일방적-상하관계 형태에서 호혜적-상호주의 형태로 바꾸자는 요구가 높았다.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밀리지 않는' 협상을 고수하고, 안보 현안에도 우리 국익을 우선에 놓고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전시작전권도 되가져오려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의 한국측 분담금을 대폭 높이자는 식으로 응수했다.

미국으로부터 '활동반경'을 얻자면 미국이 원하는 것을 맞춰줄 필요도 있다. 미국의 첨단 무기를 적극 도입할 수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오는 11월 중단키로 결정한 가운데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또 우리 기업과 정부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당당하고 자주적인 안보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군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투자계획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의제가 아니며, 재계나 기업계 쪽의 활동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일 관계 또한 동북아 안보에 일본의 역할을 중시하는 미국 입장에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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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7.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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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9·19는 버팀목" 보는 이유= 청와대는 지난 19일 문 대통령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설명하면서 "남북관계 진전, 북미관계 진전하는 데 세 차례 정치적 파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파도는 지난해 4월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첫번째 남북정상회담(판문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까지다. 둘째는 9월18~20일의 문 대통령 방북을 통한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올해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된 것이다. 셋째 파도는 하노이에서 북미 합의가 불발된 후 현재진행형이다.

청와대는 두 번째 파도의 시작인 9.19 합의를 주목했다. 비록 올해 9.19 1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지 못했지만 실질적 의미는 작지않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영변 핵시셀 폐기 제안, 남북 재래식 군사위협을 낮추자는 군사합의, 교류 협력 약속 등 9.19 합의 내용을 "버팀목"이라 표현했다.

세 차례 파도를 타고 올랐지만 목적지에 닿지않은 것을 정부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각 파도에서 얻은 성과를 통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7년 이전 상태보다는 안정적 상태를 우리가 관리하는 이유는 역시 평양공동선언 정신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물론 갈 길이 많다는(멀다는) 걸 안다. 중요한 건 지금 안정적 상황을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로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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