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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주객전도 된 ‘당나귀 귀’, 원래 먹방 예능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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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자아 성찰을 통해 살맛 나는 일터를 만들겠다던 ‘당나귀 귀’가 어느새 먹방 예능으로 변모했다.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에 박차를 가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는 자신을 꽤 좋은 상사라 굳게 믿고 있는 ‘셀럽’ 보스들과 직원들의 일터와 일상 속 동상이몽을 돌아보는 역지사지 관찰 예능 프로그램. 보스들의 자아 성찰과 직원들의 속 시원한 토크로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어간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에 등장한 게스트들이 ‘갑질’이라 판단되는 상황엔 가차 없이 ‘甲(갑)’이 쓰인 버튼을 누른다. 현재 심영순 한식 연구가와 프로농구팀 LG 세이커스의 감독 현주엽, 원희룡 제주 지사가 고정 ‘갑’으로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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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는 ‘정준영 논란’과 ‘내기 골프’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대체작이다. ‘1박2일’의 빈자리를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신생 프로그램 ‘당나귀 귀’로 채웠고, ‘해피 선데이’는 14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 대체작 치고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지난 1일 7.9%(닐슨코리아, 전국/2부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는 경쟁 프로그램인 MBC ‘복면가왕’(7.7%)과 (9월 1일 기준) SBS ‘런닝맨’(5.7%)에 비해 앞선 수치다.

그러나 최근엔 갑질 타파를 위한 통쾌한 일상 관찰보다는 먹방에 집중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심영순 한식 연구가의 출연으로 ‘쿡방’은 불가피한 일. 그러나 매회 현주엽 감독이 얼마나 많은 음식을 주문하고, 먹어 치우는지 지켜봐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원희룡 지사의 밑도 끝도 없는 먹방까지 이어진다. 해도 해도 너무한 ‘기승전 먹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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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1일 방송분에서는 잠실 야구장을 찾은 현주엽 감독과 선수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시구-시타를 맡은 팀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방문한 현 감독은 채성우 통역에게 음식을 포장을 주문했고, 총 24인분의 간식을 해치웠다. 일행은 경기 후 무한리필 고깃집에 32인분의 식사를 마쳤다.

다음 에피소드는 울산에서 음식점을 하는 박병우 선수의 고향 집 방문이었다. 저녁 식사에 앞서 고깃집에 들른 현주엽, 박도경, 채성우 일명 ‘걸리버 3인방’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고깃덩어리를 자르지 않고 반으로 접어 집게로 입에 넣으면서 고기 22인분을 순식간에 흡입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에 도착해서는 고래고기를 비롯해 대게찜과 전어회 등 혀를 내두를 만큼의 식사를 마쳤다. 끊임없는 메뉴 주문과 쉴 틈없는 흡입, 경악하는 선수들의 표정과 그럼에도 ‘아직 더 먹을 수 있다’는 눈빛을 보내는 현 감독의 레퍼토리가 이어진다. 매회 반복되는 ‘당나귀 귀’의 상황이다.

MC 전현무는 현주엽의 끝없는 먹방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게스트로 등장한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는 등장부터 ‘여자 현주엽’이라고 소개됐다. 현주엽 같은 상사여서가 아니라 현주엽만큼 잘 먹는 출연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먹방’에 치중되자 시청자들은 “도가 지나치다”며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다. “잘 먹는 게 보기 좋다”,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먹방을 부각하면서 시청률은 더 상승했다. 그러나 시청자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먹방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청률만 오른다면 기획 의도는 잊어도 되는 걸까. ‘당나귀 귀’의 출발점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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