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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격 VS 공격’… 법무부·검찰, 끝모를 난타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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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법무부와 검찰의 대결구도가 강대 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두 권력기관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양측 모두 정당하게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서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장관이 전날 의정부지검에서 진행한 ‘검사와의 대화’를 두고 검찰 내부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조 장관의 가족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직접 검사들을 만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조 장관의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사법연수원 17기)는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유승준이 국민을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같다”며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청을 두루 돌며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왜 그걸 하필 ‘지금’하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날 검사와의 대화가 끝나고 조 장관은 가족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해 “살짝 (얘기가) 나왔다”고 밝히면서 이번 행사가 검찰 수사를 압박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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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열린 '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구본선(왼쪽) 의정부지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검찰의 공격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조 장관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뒤 조 장관 자녀의 입시문제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또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날, 검찰은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혐의로 기소했다. 정 교수는 가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만들어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표창장에 찍힌 날짜가 2012년 9월7일이었던 만큼 검찰은 사문서위조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각종 의혹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를 남긴다”며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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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신임 장관(급) 6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조 장관과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재문 기자


◆조국의 반격

문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아 취임한 조 장관은 검찰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간부회의를 소집한 조 장관은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고 지원단장으로 검사 경력이 없는 민변출신의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을 임명했다. 황 국장은 과거 ‘검찰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폭군,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괴물’이라고 지적한 인물로 2012년 총선에 서울강동갑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로 출마한 경력도 갖고 있다. 당시 황 국장의 포스터에는 ‘검찰과의 전쟁·검찰개혁의 신’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 장관은 이 포스터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며 “민변의 핵심, 채식주의자면서도 근육질의 축구광”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법무부는 또 검찰에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권을 쥐고 흔든다고 반발했고 조 장관은 “검사들의 경우 헌법 정신과 법령을 어기지 않는 한 인사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나는 검찰주의자가 아닌 헌법주의자”라는 발언 이후 나온 말로 조 장관이 윤 총장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법무부는 또 법무부에서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며 ‘처벌’을 강조한 내용의 수사공보준칙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검찰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모 대표와 코링크PE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 등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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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찰의 난타전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추석연휴 중인 14일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16일 발부됐다. 검찰은 이날 조씨의 신병을 확보함과 동시에 조 장관 딸 조모씨를 비공개로 소환조사하며 사모펀드 의혹과 입시비리 수사에 속도를 냈다.

법무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법무부는 다음날인 17일 황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발족했다. 또 ‘없애기로 했던’ 검사장 관용차량이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법무부는 “검사장 전용차량 제공을 중단하기로 대검찰청 및 유관기관과 협의를 마치고 관련 규정을 정비 중”이라며 “조만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또 검사들이 차지했던 법무부 검찰국장이나 기조실장 등 주요 보직에서 검찰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검찰도 수사에 고삐를 바짝 조였다. 검찰은 곧바로 조 장관 가족펀드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익성과 익성의 자회사인 IFM 등은 물론 조 장관 딸의 입시비리 수사를 위해 차바이오컴플렉스와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정 교수의 소환시기 등도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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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성 대표 자택 압수 수색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경기 성남의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의 이모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익성은 조 장관 가족들이 투자한 사모펀드 코링크PE의 1호 투자기업이다. 성남=뉴시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의 강대 강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정의구현’, 법무부는 ‘검찰개혁’이라는 각자의 명분을 갖고 싸우고 있다”며 “둘 중 하나가 쓰러질 때까지 상황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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